"투수블록, 빗물 흡수해 땅으로 환원…기후변화에 순기능"
2022.05.18 18:11
수정 : 2022.05.18 18:16기사원문
【 진천=김원준 기자】 "인류의 마지막 도로포장 방식은 투수블록 포장이 될 것입니다"
투수(透水)블록 제조·설치 전문기업 ㈜대일텍 백원옥 대표. 그는 투수블록이 지구 환경에 순기능으로 작용, 기후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전세계에 몰아닥친 기후변화는 결국 물순환의 문제로,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그의 논리다.
백 대표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은 빗물을 땅 속으로 흘려 보내지 못해 도심 지하수 고갈 등 환경문제를 불러오고 있다"면서 "도심 지하수 고갈은 결국 해수면 상승과도 연결되며 이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투수블록, 빗물투과해 땅으로 환원
'홀블록(Hole Block)'이라고도 불리는 투수블록은 말그대로 물을 투과시키는 특수한 보도 및 차도 블록을 말한다. 비가 오면 블록이 스폰지처럼 빗물을 흡수해 땅바닥으로 내려 보낸다. 빗물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우수관로를 통해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과는 달리 투수블록은 빗물을 투과시켜 땅 속으로 환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투수블록이 친환경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빗물을 땅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만큼 도시형 홍수방지 기능과 함께 열섬현상 완화 및 지하수 수위 상승 등을 촉진하는 순기능을 지녔다. 블록 표면에 물이 고이지 않아 비가 오는 날에도 보행자가 부담없이 길을 걸을 수 있고 자동차 주행소음과 빗물튀김 걱정도 덜수 있다.
■투수성·강도 높이는게 핵심기술
수 년간 건축자재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판매하던 백 대표가 투수블록에 관심을 가지게 된 때는 지난 2008년. 우연히 접하게 된 투수블록이 빗물을 흡수하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 '이 제품이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당시 국내산 투수블록은 강도가 낮아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던 상황. 물을 통과시키는 투수블록의 특성상 주재료인 골재 입자간 밀도가 낮아 강도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게 공정상 최대 난점이었다. 지금도 업계에서는 제품의 강도를 높이는 기술을 투수블록 생산과정의 핵심 노하우로 꼽는다.
블록분야에서 완전 '초짜'였던 백대표는 블록의 투수성과 강도만 만족시킬 수 있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판단,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개발에 나섰다. 연구개발에 몰두하던 백 대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만족할 만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발한 투수블록을 양산해 낼 수 있는 생산설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지난 2010년 경기도 안산에 있던 본사를 충북 진천으로 옮기고 투수블록 생산라인을 구축,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는 음성 생극산업단지에 제2공장도 가동중이다.
■ 세계 최고 강도 투수블록 완성
대일텍이 생산하는 투수블록은 국내외 제품을 통틀어 가장 강도가 높다는 게 백대표의 설명이다. 백 대표는 "대일텍의 보·차도용 투수블록은 서울시의 투수성능 지속성 검증시험에서 1등급을 받았다"면서 "블록의 하단부에 강도 강화층이 있어 차도에도 깔 수 있을 만큼 강도가 우수하다"고 말했다.
대일텍 제품의 강도가 뛰어난 것은 원터치 생산방식으로 3개 층(Layer)을 하나로 일체화하는 공법을 적용했기 때문. 인장강도가 약한 콘크리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3개 층으로 이뤄진 블록의 맨 아래 층에 일반 콘크리트보다 2.5배 강한 슈퍼콘크리트 층을 만들었다. 슈퍼콘크리트 층은 시멘트와 골재를 강력하게 달라붙게하는 특수물질을 사용, 인장강도를 극대화했다. 이 특수물질은 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받아 대일텍이 개발한 특허등록 성분으로, 블록의 밀림과 박리·깨짐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대일텍 제품은 한국표준협회의 한국산업표준(KS)인증은 물론, 한국건설생활연구원의 Q마크 및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데 이어 조달청 조달우수제품으로도 지정됐다. 최근엔 투수블록 제품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제품(NEP) 인증을 받았다.
대일텍은 그간 전국 수 많은 주요 차·보도에 투수블록을 시공했다. 대표적인 시공현장은 세종시 조치원역앞 왕복 4차선 차도. 대일텍은 연장 390m에 제한속도 시속 60㎞인 이 도로에 지난 2017년 11월 투수블록을 깔았다. 백 대표는 "버스가 오가는 차도에 투수블록을 시공한 것은 조치원역 앞도로가 세계 첫 사례"라면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투수블록을 시공하면서 여름철 지열이 사라지고 물고임 현상도 없어 인근 상인들이 만족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협회통해 기술공유·인식확산
백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사단법인 한국블록협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협회에서 투수블록에 대한 인식확산과 기술공유 노력을 펼치고 있다. 회원사 가운데 투수블록 생산을 희망하는 업체가 있으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다. 대일텍의 기술을 전수받아 투수블록을 생산하는 업체는 모두 3곳이다. 4~5곳은 생산설비를 준비중이다.
백 대표는 국제 블록업계에서도 유명인사다. 그는 해외 신기술 발표회는 물론 도시 친환경 빗물관리 국제세미나 등 국제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지난 2018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 콘크리트블록 컨퍼런스(ICCBP)에서는 투수블록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글로벌 기후변화 이슈인 탄소중립 문제를 블록에서 찾아 해결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시멘트 사용을 최소화한 시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며 이를통해 도시포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