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넘게 설사' 계속되고 혈변…'궤양성 대장염' 가능성
2022.06.03 10:55
수정 : 2022.06.03 13:29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인 '궤양성 대장염'의 환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2008년 9657명에서 2018년 4만6837명으로 10년 간 4.85배 가량 증가했다.
매년 평균 4400명씩 추가로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환자 수는 약 6만명으로 추정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생명에 큰 지장은 없지만 완치가 불가능하다. 특히 악화되면 대장암까지 유발할 수 있어 증상이 없어도 꼭 치료해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의 원인부터 치료·관리법까지 고성준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통해 3일 알아봤다.
◇'4주 넘게 설사' 계속되고 혈변·점액변 동반 시 대장내시경 받아야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을 침범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설사, 혈변이 주요 증상이다.
고 교수는 "이 질환이 있는 거의 모든 환자는 직장에서 염증이 관찰되며, 염증이 퍼진 범위와 중증도는 환자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환자가 급증한 데는 환경적 요인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항생제·소염진통제 등의 빈번한 사용이 장내 세균을 변화시켜 질병 발생을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고 교수는 반드시 설사와 혈변 증상만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Δ 설사가 4주 이상 지속 Δ 혈변과 점액변이 동반되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Δ설사가 있으면서 가족 중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 Δ금연 시작 후 혈변이 생긴 경우에도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부연했다.
최근에는 대변 칼프로텍틴 검사가 도입돼 내시경 없이 대변 분석만으로 간단한 선별 검사도 가능해졌다.
◇사망률 높지 않지만, 환자 10명 중 1~2명은 절제술 받을 수도
궤양성 대장염은 사망률이 높은 질환은 아니다. 다만 환자 10명 중 1~2명은 일생 동안 대장절제술을 받을 수 있다.
특히 Δ어린 나이(40세 미만)에 진단 Δ염증이 넓고 심함 Δ가족력 Δ잦은 재발이 있는 경우 절제를 진행할 확률도 높다.
만일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 예후도 나빠진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 중 약 3%에서 천공, 독성 거대결장 등 심한 급성 국소합병증이 나타난다.
또 약 20%에서 중증 궤양성 대장염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사망률이 1%로 증가한다.
고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유병기간이 길수록 대장암 위험도 함께 증가하므로 증상이 없어도 꼭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30년간 이 질환이 있으면 대장암 발병률이 9.5%로 증가한다.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법은 염증의 범위 및 중등도에 따라 다르다. 범위가 좁고 염증이 덜 심하면 5-ASA라는 약제를 먹거나 항문에 주입해서 치료한다.
반면, 범위가 넓고 심하면 스테로이드 약제와 면역조절제를 투약해야 한다. 그럼에도 염증 조절이 어려우면 생물학제제라는 주사제를 투여하거나 다른 신약을 복용한다.
고 교수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고 상담을 받아야 하며 약제를 철저히 복용해야 한다. 특히 약제를 임의로 중단하면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항생제나 소염진통제의 장기적인 사용은 피해야 한다. 이 약들은 장내 세균 분포를 변화시키거나 세균이 장벽으로 침투하는 투과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염분과 당분이 많은 음식과 소·돼지와 같은 육류는 염증을 악화한다고 알려져 줄이는 게 좋다"며 "단백질의 경우 생선 등으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