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30년간 노예처럼 부린 스님, 1심 판단은...
2022.06.09 13:00
수정 : 2022.06.09 16: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년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적장애인의 노동을 착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승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김병훈 판사)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사문서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한 사찰 주지승려 최모씨(71)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 A씨에게 마당 쓸기, 잔디 깎기, 제설작업 등의 노동을 시킨 뒤 급여 1억2900여만원을 미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한 장애인 단체는 최씨가 30여년 전부터 A씨를 하루 평균 13시간 동안 강제로 일을 시키며 착취했다고 고발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8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2008년부터의 행위만 기소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또 최씨는 지난 2016년 A씨 명의로 서울 노원구 소재 아파트를 구입한 혐의와 2018년 피해자 명의의 계좌에 대한 출금전표를 작성하고 은행직원에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최씨 측은 A씨를 30년 넘게 보살피며 A씨의 치아 임플란트 비용, 수술비 등을 부담했으며 A씨가 한 일은 사찰 구성원으로서의 울력에 해당해 노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씨의 범행을 피해자의 장애를 이용한 금전적 착취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논문에 따르면 조계종 승려 절반 이상이 보수를 받고 있지만 지적장애인 피해자는 일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일을 해줄 수 있는 다른 스님을 구하려 노력하지 않은채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게 전반적인 작업을 시켰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식주와 수술비 등을 제공한 사정이 있더라도 피해자에게 금전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30여년간 일을 시키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개인 재산 증식 관리를 위해 피해자 명의를 이용해 아파트 등을 취득했으나 자식처럼 생각해 증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기 급급할 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