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연쇄붕괴 막아라" 백기사 나서는 FTX

      2022.06.24 13:15   수정 : 2022.06.24 13: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와 바벨 파이낸스가 출금 중단을 선언하는 등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연쇄 부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최근 시장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디파이 프로토콜에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며 잇따라 대출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블록파이 "FTX와 3240억원 규모 대출 계약"

24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대출업체 블록파이(BlockFi) 잭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블록파이와 FTX는 2억5000만달러(약 3240억원) 규모의 회전 한도 여신(revolving credit facility, RCF)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이번 계약은) 대차대조표를 더욱 강화하고 플랫폼의 역량을 개선할 수 있는 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RCF는 현금 흐름의 급격한 변동을 겪고 있는 회사에게 한도 내의 단기 신용자금을 제공해주는 일종의 기업용 마이너스 통장이다.


잭 프린스는 "획기적인 발표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자금이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하기 위한 블록파이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 몇 주 동안 우리 팀과 플랫폼, 리스크 관리 프로토콜이 낸 성과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블록파이는 가상자산 예치시 최대 15%(폴카닷)의 이자를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용자들에게 지급된 이자가 7억달러(약 9076억원2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블록파이는 셀시우스·바벨 파이낸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약세장에서 투자손실도 상당했으며 미국 증권위원회 벌금 1억달러(약 1296억원400만원)까지 내야하는 등 연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애널리스트 오터루(otteroooo)는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블록파이는 90% 확률로 2022년 말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17일 하루동안 약 2000 BTC와 5000 ETH가 블록파이 지갑에서 외부로 이체됐다. 유동성 위기는 치킨 게임이라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기 상황에 백기사로 나선 FTX "생태계 지켜야"

FTX의 대출은 창업자 샘 뱅크만 프리드가 디파이에 대한 지원을 언급한 이후에 이뤄진 일이다. 샘 뱅크만 프리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개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그 일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거나 그 일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생태계에 건강한 것이라 생각하며 생태계가 성장하고 번성하도록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샘 뱅크만 프리드의 또 다른 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는 가상자산 브로커리지 서비스 보이저디지털에게 총 5억달러(약 6481억원) 규모의 현금과 비트코인 등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보이저디지털은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이 자금을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FTX는 지난해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리퀴드가 해킹 공격에 노출, 9000만달러(약 1167억300만원)의 피해를 입었을 때도 1억2000만달러(약 1556억400만원) 대출을 제공한 바 있다. FTX는 이후 리퀴드를 인수했다.

"대공황 당시 시장 구한 JP모간 방식"

업계와 외신들 사이에서는 FTX의 이같은 행보가 대공황 시기 시장을 곤경에서 구한 투자은행들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IT전문 뉴미디어 쿼츠는 "FTX의 CEO는 현재 가상자산 폭락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고르고 있다"며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금융 여건을 안정시키기 위해 어떤 기업을 바라볼지 선례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캐피털 창립자 앤서니 스카라무시는 트위터를 통해 "샘 뱅크먼 프리드가 새로운 JP모건이 됐다"며 "1907년 대공황 당시 JP모건의 방식대로 가상화폐 시장을 곤경에서 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한 가상자산 기업을 구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친화적 입장으로 '크립토맘'이라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은 "리스크 관리 원칙을 어기고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활용하는 등 최전선에서 플레이하는 기업은 구제하며 안된다"며 "시장 상황이 좀 더 어려워지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사라질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참가자 및 규제기관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는 암호화폐 시장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학습기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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