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곡 작전' 수색소대장 인터뷰 "김승겸 중대장님, 합참의장 되실 줄 알았습니다“
2022.07.05 05:00
수정 : 2024.04.14 19:06기사원문
4일 오후 윤석열 새 정부에서 첫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지명된 김승겸 후보자(사진·육사 42기)가 임명돼 임기를 시작한다.
윤 대통령은 첫 합참의장으로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인 김승겸 대장을 지명했지만, 국회 원 구성 지연 사태 속에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 없이 합참의장 인사를 재가해 내정 40일 만이자 새 정부 출범 55일 만에 군 최고위 지휘부의 인사를 완료했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합참의장, 이·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도발 상황 우려 속, 합참의장 임명 더 미룰 수 없어... 절차 따라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합참의장 첫 사례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2006년 말 인사청문회법 개정 이후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군 장성 가운데 유일한 국회 인사 청문 대상자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경과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재송부 기한 내에도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그다음 날부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지난 5월 25일 합참의장에 지명된 김 후보자는 그로부터 20일이 지난 후에도 국회로부터 청문보고서가 회신되지 않았고,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3일에 같은 달 29일까지를 시한으로 국회에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는 이마저도 넘겼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법적으로 언제든 곧바로 김 후보자를 합참의장에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김 합참의장 인사안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기간에 재가할 가능성도 전망됐으나 윤 대통령은 이번 달 1일 귀국 후 주말을 보내며 국회 상황과 여론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주 의원은 지난 1일 합참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참의장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취임한다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신임 합참의장, 평시 을지무공훈장 받은 첫 현역 군인... '은하계곡 대침투작전' 수색팀 작전소대장 인터뷰
윤 대통령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추가 도발이 임박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 임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관측이다.
특히 강한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신임 합참의장의 임명 지연을 틈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합참의장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 을지무공훈장을 받은 최초의 현역 군인으로 실전경험이 3번이나 있는 장군으로도 유명하다.
중대장 시절인 1992년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침투한 무장공비 3명을 전원 사살한 '은하계곡 대침투작전(5.22 완전작전)'에서 공을 세워 을지무공훈장을 수훈했다. 또 사단장 시절엔 2014년 북한 고사총 도발, 2015년 북한 포격 도발에 대응했다.
그는 미 국방부가 외국군에 주는 최고 수훈인 공로훈장 '리전 오브 메리트(Legion Of Merit)'도 받았다.
지난 1992년 5월 22일 벌어진 '은하계곡 대침투작전' 당시 투입됐던 전투현장의 작전소대장 외 같은 전초대대 소속 소대장 2명을 인터뷰했다.
당시 군사분계선 이남 비무장지대 안에서 최초 전방을 감시하던 수색팀을 이끌었던 양철호(현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 근무, 화랑무공훈장 수훈) 예비역 육군 중위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김승겸 중대장의 탁월한 능력이 아니었다면 완벽한 작전을 펼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생사가 오가는 두렵고 긴박한 전투현장에서 포위·수색작전을 펼치는 중에도 투입 병력을 격려하고 지휘하면서 선두에서 적과 조우 즉시 조준사격을 실행했던 범상치 않은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투 현장에서 모시던 작전중대장님이자 전우로서 김 합참의장이 자랑스럽다"며 "어떤 위치에서든 탁월한 역할을 수행할 용장이자 지장이며 덕장"이라고 망설임 없이 표현했다.
■ 합참의장, 중대장 시절 말 없는 실천으로 부하관리와 경계근무 가르침 줘... 지휘관의 평소 역량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
당시 같은 전초대대에서 복무했던 김상배(C 중견회사 재무담당 부사장) 예비역 육군 중위는 본지와 통화에서 "바로 옆 중대였기에 당시 김 중대장님이 중대원뿐 아니라 중대 간부들에게 행한 각종의 미담은 항상 말 없는 몸소 실천이었다"며 "매일 실탄을 휴대하고 근무하는 긴장 속에서 어떻게 부하들을 관리하고 경계근무에 임해야 하는지 교과서적인 가르침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간첩작전에 참여했던 장교로서 김 합참의장의 내정 소식을 그 누구보다 반겼다"며 "강원도 철원 백골사단 비무장 지대의 일명 '은하계곡 대침투작전'은 당시 김 중대장의 0.1초도 안 되는 찰라의 순간, 탁월한 용맹이 이뤄낸 완벽한 전투였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지휘관이 평소 모든 역량을 다해야 국지전적인 전투뿐 아니라 전쟁의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당시 침투한 적이 아군을 향해서 수발의 총을 쏘고 반격할 틈이 없던 상황에서 적의 총탄 세례를 뚫고 김 중대장이 목숨을 걸고 던진 한발의 수류탄은 적을 놀라게 했다. 김 중대장의 전광석화 같은 행동에 작전에 참여했던 장교와 병사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즉각 사격을 통해 3명 중 2명을 사살했다. 김 중대장이 적을 향해 머리를 숙이지 말고 함께 조준사격을 하게 한 순간에 내린 결단의 결과였다는 증언이다.
김 예비역 중위는 "그 0.1초의 결단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듯이 이제는 그의 결단이 대한민국 국군을 강성한 군으로 더욱 거듭나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같은 전초대대에서 근무했던 최봉도(P전력사 대표) 예비역 육군 중위도 "평소 김 중대장님의 중대원 모두에 대한 격려와 관심이 전투상황에서 초기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적을 제압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천이 아닌가 생각됐다"며 "군의 특성상 특정 상황에 즉각적인 판단이 전체의 형세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말보다는 대간첩작전에서 행동으로 보여준 김 중대장님을 더욱더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핵 고도화와 잇단 도발, 새 정부 출범기 상황에서 김 합참의장 내정은 그래서 더욱 든든하고 반가운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합참의장, 통수권자에 대한 군사적 조언 제공 중요... 국지도발에 실전대응 의지와 완성도 높은 대비태세 구축해야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합참의장의 역할은 △평시작전 지휘 △통합방위본부장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군령보좌 △계엄사령관 △전력기획(미래 무기체계 결정)"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합참의장은 현역 최고위 장교이기에 군 통수권자(대통령)에 군사적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미국의 합참의장은 작전권은 없고 사실 대통령에 대한 군사조언이 가장 핵심"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방장관을 군 선배가 하고 사실 군령권과 군정권 모두를 가졌기에 장관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 역할을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물론 미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보유한 현 구조에서는 데프콘 3 격상시 작전권은 바로 연합사령관이 갖기에 합참의장의 조언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평시작전권으로도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국지도발에서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군 수뇌부의 실전대응 의지와 평소 완성도 높은 대비태세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도발의 저의를 꿰뚫어 보면서 '은하계곡 대침투작전'의 성공사례를 통해 한·미·일동맹 강화와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정신무장으로 철저한 대북 경계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