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라 빚 늘어가는데, 개인 금융자산은 사상 최대
2022.06.28 17:41
수정 : 2022.06.28 17:41기사원문
■개인 금융자산 최대...과제는 '저축에서 투자로'
28일 일본은행(BOJ, 일본 중앙은행)의 올해 1·4분기(1~3월)자금순환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3월말 시점 개인(가계)의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2.4%증가한 2005조엔(약 1경 9054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0조엔을 넘어섰다. 개인이 보유한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예금' 자산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현금·예금액은 전년 대비 2.9%증가한 1088조엔으로 개인의 전체 금융자산 가운데 54.3%나 됐다. 이런 비율은 미국(10%), 유럽(30%)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개인의 현금·예금 자산은 일본은행이 지난 2013년 4월 대규모 금융완화를 도입하기 직전인 2012년 말 대비 1.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 1.6배 늘었다. 경기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개인과 기업 모두 일단 쌓고보자는 심리가 강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개인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예금 비율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은 일본 특유의 '저축지향주의'를 꼬집을 수 있다. 이는 고령화 현상과 맞물리면서 유효 수요 부족, 증권 등 금융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 일본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고여있는 개인의 여유 자금을 소비, 투자로 돌게 하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저축에서 투자로'를 슬로건으로 "국민의 자산을 2배(소득 배증 플랜)로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구체적인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출구없는 국가부채
'부자 개인'과 대비되는 지표가 '세계 최고, 사상 최대'인 일본의 '국가부채'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6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241조3074억엔으로 집계됐다. 원화 환산시 1경원이 넘는다. 국내총생산(GDP)대비로는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200%를 넘어, 올해 말 252.3%(일본 재무성 추정)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한국(45.6%)의 약 5배가 넘는 수치다. 이 가운데 일본국민이 세금으로 상환할 필요가 있는 장기채무잔고는 1017조엔 1000억엔으로 이 역시, 처음으로 1000조엔대를 넘어섰다.
2013년부터 장기간에 걸친 아베노믹스(재정확대와 대규모 금융완화)가동, 여기에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 확대 영향이 크다. 찍어낸 돈의 약 80%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을 필두로 일본 금융기관, 기업 등이 떠안았다. 외채가 아니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 국가부도 위험은 없다고 하지만, 중앙은행이 윤전기 노릇을 한 대가는 결코 적지 않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국채 가운데 일본은행 보유비율이 최근 50%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매년 반복되는 적자국채 인수에 최근 금리 상승을 막겠다며 무제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공개시장운영)가동이 더해진 결과다.
정부도 중앙은행도 사실상 출구를 잃고, 빚만 늘리는 지경이나, 아베 전 총리 등 아베파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더욱 빚을 늘릴 것을 권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일본의 국가부채 1000조엔의 절반은 일본은행이 사주고 있다"며 "일본은행은 정부의 자회사이므로 (부채) 만기가 오더라도 상환하지 않고 차환하면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이 발언은 이내 일본 내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판에 휩싸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현재 경기 상황이 재정건전성 확보로 곧바로 방향등을 켤 수 있는 상황도 아닌지라, 재정당국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