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어디까지 먹어봤니? … 무더위 날리는 ‘식탁 위 맛지도’

      2022.06.30 17:59   수정 : 2022.06.30 22:13기사원문



냉면의 계절 여름이다. 한겨울에도 냉면을 즐기는 (내 아내 같은) 사람이 더러 있지만 '여름엔 시원한 냉면, 겨울엔 따끈한 칼국수'가 '국룰(불문율)' 아닐까. 코로나19 이후로는 주로 집에서 냉면을 먹는다. 어지간한 맛집 이상으로 잘 만든 제품들이 많아서다.

그래서 냉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내가 노트북을 열면 덜컥 겁부터 난다. "1등 제품은 믿을 만하다"며 언제나 CJ제일제당에서 만든 냉면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고른다.
'이번에는 냉면을 몇 개나 담으려나.'

제일 먼저 고른 냉면은 '제일제면소 부산밀면'이다. 이름부터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내는 "밀면은 그냥 밀면이다. 냉면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부산 (출신의) 남자와 10년을 넘게 살았는 데도 공부가 부족하다. "다시 말하지만 밀면은 냉면에서 유래했다. 한 때 '값싼 냉면'으로 불리기도 했다."

'제면비책'(오랜 시간 쌓아온 면에 대한 노하우), '육수심미'(엄선한 재료로 우린 깊고 풍부한 육수) 두 문구가 겉포장에 똬핳!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제품(음식)을 먹어봤다. CJ제일제당은 저런 말을 쓸 자격이 충분하다." 이제 반쯤은 CJ제일제당의 홍보대사가 된 듯한 아내의 폭풍 칭찬이다.

4인분을 세 식구가 나눠먹기로 한다(모자랄 듯하여 '비비고 왕교자' 한 봉지를 따로 준비한 건 비밀이다). 끓는 물에 50초 가량 면을 삶은 뒤 찬물에 헹군다. 그릇에 담고, 고명과 양념(특제 다대기)을 올린 다음 육수를 부으면 먹을 준비 완료다. 살짝 언 육수가 군침을 돌게 만든다.

새콤한 육수에 매콤한 양념이 들어가니 초깔끔한 맛이다. (매워서가 아니라) 양념을 절반만 넣길 잘했다. 간이 딱 맞다. 기대 이상으로 면이 쫄깃하다. '장모님표' 오이무침의 아삭한 식감이 한층 맛을 돋운다. 딸아이는 "다른 냉면처럼 면이 질기지 않아 좋다"는 말을 끝으로 젓가락질에 집중한다. 아내는 '더 매운 것을 찾아' 부엌에서 청양고추를 썰고 있다. ?

나트륨 함량 표시가 제법 높아서 국물 섭취를 자제하느라 애썼다. 자칫 냉면 국물에 밥말아 먹을 뻔했다. 부산 남포동이나 해운대에서 먹던 밀면의 맛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비슷한 지는 모르겠다. 한 끼 맛나게 잘 먹었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세 식구가 맛 점수를 매겨보니 100점 만점에 평균 93점이나 된다. 이쯤되면 더이상 햇살 따가운 여름날 밀면 맛집 앞에 줄을 설 필요는 없을 성 싶다. 참고로 지금껏 95점을 넘은 음식은 단 하나 밖에 없다. 이날 조연으로 활약한 '비비고 왕교자'가 두 손 엄지척과 함께 97점을 받은 바 있다.


'청양초 매운 물냉면'은 먹다가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맵찔이'인 내게는 매워도 너무 맵다. 양념을 반만 넣었는 데도 혀 끝이 얼얼하다. 냉면맛을 느낄 새가 없다. 희한한 것은 에어컨 아래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릴 만큼 매운데 젓가락질을 멈출 수는 없다. 그나마도 네 젓가락에서 끝이 났지만 말이다. 면보다 찬물을 서너 곱절은 더 먹었을 거다.

반대로 아내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간만에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았다'는 표정이다. 양념을 전부 넣고도 청양고추를 추가한다. "이게 진짜 맛있게 매운 맛"이라고 꼭 쓰란다. "'인생 먹템'을 찾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남긴 음식을 단 한 번도 먹은 적 없는 아내가 '청양초 매운 물냉면'은 먹었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딸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내는 '청양초 매운 물냉면'에 무려 99점을 매겼다. '비비고 왕교자'를 뛰어넘는 역대급 수치다. 나는 점수가 없다. 그렇다고 '0점'은 아니다. "무슨 맛인지 알아야 평가를 하지. 앞으로도 점수를 매기긴 힘들 것 같다."

자연스레 딸아이가 먹는 '동치미 물냉면'(면이 아니라 육수)에 눈길이 간다. '냉면 한 젓가락, 육수 한 모금' 얻어 먹다 보니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쫄깃한 면도 좋지만 역시 제주산 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가 깊고 시원하게 다가온다. CJ제일제당 냉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만한 매력적인 맛이다. '고맙다. 네가 내 혀를 살렸다.'

딸아이도, 나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동치미 물냉면' 2인분 추가다. 다른 메뉴로 갈아 탈까 했지만 딸아이가 "아빠 때문에 제대로 맛을 보지 못했다"며 '한 번 더'를 고집했다. 새로 두 그릇을 준비하는데 5분, (내 기준으로) 먹는데 3분이 걸렸다. 다른 반찬이나 양념 따위는 손대지 않고, 100% 그 자체로 즐겼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배가 한껏 불렀음에도 계속 들어가는 기적을 경험했다. 육수까지 싹~ 비워냈다.

"아빠, 이건 95점 이상 줘도 되겠다. 그치?" 마지막 면치기를 끝낸 딸아이가 엄지를 치켜세운다.


우리 식구들은 평양냉면을 선호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지나치게 슴슴한(심심한) 평양냉면은 별로다. CJ제일제당의 '평양물냉면'은 이 같은 우리들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적당히 간간해서 한 마디로 '먹을 맛'이 난다"는 아내의 평가다.

내 생각도 같다. 먹어보면 안다. 소고기 양지를 우려낸 육수가 100% 확실하다. 깔끔하고 담백한 것이, '동치미 물냉면' 못지 않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허겁지겁 먹어서 그런지 아내도, 나도 면의 식감 따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이니까, 쫄깃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집에 놀러온 자칭 '냉면 감별사' 이○○님은 '평양물냉면' 2인분을 단 번에 클리어하고, '완국'(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움)했다. "집에서 이런 정도의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란다. "100점을 주기는 그렇고, 90점은 적은 것 같고, 95점 준다." 서울 충무로에서 20년 넘게 인쇄 관련 회사를 운영하며 냉면 맛집을 두루 경험한 터라 믿음이 간다.


'속초코다리냉면'은 양념장과 함께 육수가 들어 있다. 그래도 몰라 냉장고 한 구석에서 찾은 구운 계란을 2개나 준비했다. 다행히 덜 맵다. '입맛을 당기는 매콤함'이 적당하겠다. '청양초 매운 물냉면'에 혼이 난 뒤라 양념장만 보고 잔뜩 겁을 먹었는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쫄깃함 메밀면과 감칠맛 나는 소스가 제법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맛을 압도할 만큼 소스의 간이 세지 않아 마음에 든다. 양념 맛으로 먹는 게 아닌, '냉면을 먹는다'는 이 느낌이 좋다. 간간히 부드러운 코다리살이 씹히는데 순식간에 그 식감이 자취를 감춘다. 코다리살이 더 크게,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속초코다리냉면'은 앞으로도 우리집 장바구니에 꼭 들어갈 것 같다.


외출에서 돌아온 오후라 저녁식사까지 시간이 제법 남았다. 아내가 "시장기를 달래보자"며 '시원한 배물냉면'을 간식으로 준비했다. '짬짜면(짬뽕+짜장면)'처럼 반반씩 나눠 기호에 따라 아내는 물냉면, 나는 비빔냉면을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금세 상황이 바뀌고 만다. 비빔냉면 한 젓가락을 입에 밀어넣는 순간 "헉" "아뿔싸" "악" 등등 온갖 외마디 비명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청양초 매운 물냉면'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억수로(굉장히) 맵다. 아내가 맛을 보더니 "초등학생도 먹겠다. 이게 뭐가 맵다고 난리냐"며 핀잔을 준다. '매운 맛'의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져 맛 평가는 뒷전을 밀려나고 말았다.

잠시 후 내가 물냉면, 아내가 비빔냉면을 먹고 있다. 물냉면을 먹는 내내 혀를 쑤~욱 내밀고, 벌컥벌컥 냉수를 들이키기 바쁘다. 아내는 그새 청양고추를 듬뿍 투하했다.
"맛있네. '청양초 매운 물냉면'보다는 살짝 못하지만." 말 그대로 대.다.나.다.


"이번 여름에 우린 CJ제일제당의 동치미 물냉면, 부산밀면, 평양물냉면, 청양초 매운 물냉면, 배물냉면을 몇 봉지를 주문하게 될까?" 아내와 내기를 한다. "6월에 이미 10봉지 가까이 해치웠어. 무더위가 찾아오는 7~8월에는? 9월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CJ에 전화해서 너무 맛있게 만들지 말라고 해 그럼."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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