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사태' 아직 안끝났다...'도미노 파산' 현실화
2022.07.05 16:16
수정 : 2022.07.05 16:16기사원문
볼드, 인출 중단...파산 위기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와 대형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이 후원하는 싱가포르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볼드(Vauld)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볼드는 이날 가상자산 대량 인출사태(뱅크런)를 막기 위해 인출을 잠정 중단하고, 플랫폼 내 가상자산 거래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볼드는 올해 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3주간 고객들이 2억달러(약 2600억원) 가까이 인출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이른바 '테라-루나 사태'가 가상자산 시세 하락에 기름을 부으면서 투자자들이 디파이 서비스에서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볼드는 가상자산을 맡긴 고객들에게 연 최대 40%에 이르는 수익률을 제공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볼드는 현재 구조조정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달 직원의 30%를 해고하고, 임원 인세티브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2018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볼드는 지난 해 7월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통해 피터 틸이 설립한 발라벤처스 및 판테라캐피털, 코인베이스벤처스로부터 총 2500만달러(약 33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디파이 플랫폼 연쇄 파산 현실화
디파이 업체들의 연쇄 파산은 이미 가시화됐다. 인출중단 및 파산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곳 만해도 현재까지 셀시우스(Celsius), 바벨파이낸스(Babel Finance), 블록파이(BlockFi), 쓰리애로우즈캐피털(3AC), 보이저디지털(Voyager Digital) 등이다.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인 셀시우스는 지난 달 중순 인출 중단 조치를 취했다. 인출 중단 조치 발표 후 24시간 동안 26만명의 레버리지 투자자가 담보로 맡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가상자산이 청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셀시우스는 상당 규모의 부채를 상환하는 등 파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부채가 남아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셀시우스가 인출 중단을 선언한 직후 또 다른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바벨파이낸스도 인출 중단을 결정했다. 바벨파이낸스 측은 인출 중단 이유에 대해 "비정상적인 유동성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블록파이는 올 2월 미국 당국으로부터 미등록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1억달러(약 13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데 이어 루나에 투자했던 3AC가 큰 손실을 보면서, 3AC가 대출받은 자금이 청산 당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다행히 블록파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억만장자 샘 뱅크맨-프리드가 이끄는 가상자산 거래소 FTX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의 긴급 대출을 받으면서 급한 불을 껐다. FTX가 블록파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루나 사태 후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3AC는 최근 영국 버진아일랜드 법원으로부터 파산 명령을 받았다. 3AC는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적극 투자한 헤지펀드로 최근 가상자산 중개업체 보이저디지털로부터 3억5000만달러(약 4540억원) 규모의 USD코인(USDC)와 3억4550만달러(약 448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출 받았지만 상환하지 못하면서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3AC가 파산 위기에 빠지면서 보이저디지털은 지난 1일(현지시간) 모든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보이저디지털로부터 6억7000만달러(약 8700억원) 이상을 대출한 3AC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보이저디지털로도 피해가 확대된 것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