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입술, 미어지는 가슴"...뭇매 맞은 인하대 총학생회 입장문, 왜?

      2022.07.17 09:31   수정 : 2022.07.17 09: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피해자가 마치 자연사한 것처럼 글을 쓰냐" "인스타 감성일기인 줄 알았다" "안 쓰니만 못한 입장문이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같은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여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총학생회가 발표한 입장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인하대학교 총학생회는 학교 홈페이지 '인하광장' 게시판에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총학생회는 "어제(15일) 가슴 아픈 참사가 있었다.

겨우 20살, 아직 꽃 피우지 못한 우리의 후배이자 동기였다. 그저 떨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고개만을 떨굴 뿐"이라고 입장문의 서두를 시작했다. 이어 "그렇게 어제 15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겨우 20살,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기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비통하다.
정녕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냐"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과 끝없는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하나뿐인 가족이자 친구 그리고 동기와 후배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한다. 우리 곁을 떠난 그를 추모한다. 할 수 있는 말이 이뿐이라 송구스럽다"라며 글을 마쳤다.

입장문을 접한 누리꾼들은 해당 글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도 없는 데다 감성적인 표현만 가득한 문장으로 추모의 성격에 맞지 않는 입장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해자를 지우고 피해자를 부각한 점에 크게 분노했다. "동급생인 가해자 처벌에 대한 입장,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내용은 어떻게 한 문장도 없는 거냐" "이번 입장문이 마치 속 빈 강정 같다" "무슨 시를 쓰는 것도 아니고 20살 대학생의 억울한 죽음으로 감성팔이하는 것 아니냐"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편, 인천미추홀경찰서는 전날 강간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인하대 1학년 남학생 A씨를 조사 중이다. A씨는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전날 오전 1시쯤 캠퍼스 내 5층짜리 건물 3층에서 동급생인 여학생 B씨를 성폭행했고, B씨가 이를 피하다가 창문으로 추락해 사망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의 옷 일부는 추락 장소에서 발견됐지만, B씨가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바지와 속옷은 교내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증거 인멸을 위해 여러 곳에 B씨 옷을 버린 것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참고인 조사를 하던 중 혐의가 확인되자 피의자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국과수에 B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해 1차 구두소견을 전달받았다. 경찰은 이날 추가 조사 결과를 종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열린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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