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투자도 꼭지? 돈맛 아는 증권사들, 사옥 팔고 셋방 산다

      2022.07.21 06:00   수정 : 2022.07.21 16: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잇따라 사옥을 처분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주선 등을 통해 부동산 가격 흐름을 잘 알고 또 시장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꼭지'로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관심에서다.

사옥 포기하는 증권사.. 신금투 여의도 본사 매각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여의도 소재 본사 사옥을 6395억원에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한다.

1995년 5월 준공된 이후 27년동안 사용한 사옥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신한금융투자는 사옥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남기게 됐다.
매각 가격은 현 장부가 1800억원의 3.6배다. 매각 후 신한금융투자가 사옥을 그대로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이뤄졌다. 임대차 기간은 통상 기준인 2년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은 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빌딩에 대한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했다. 결국 캡스톤자산운용이 3060억원에 인수했다. 캡스톤자산운용은 부동산 개발 사업이 대형화 되면서 나타나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SPC(특수목적회사)인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통해 유안타증권빌딩을 인수하는 만큼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 유안타증권빌딩에 대한 유안타증권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 유안타증권은 다른 곳을 사옥으로 알아봐야 했지만 양측은 2년 연장에 동의했다. 2024년 9월까지다. 재건축을 위한 인허가 기간을 고려한 조치다.

10대 증권사 중 3곳만 사옥 소유.. 대부분 '셋방살이'

신한금융투자의 본사 매각으로 국내 10대 증권사 중 사옥을 소유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대신증권만 남게 됐다.

이에 앞서 하나증권은 지난 2015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을 부동산투자회사(현 코람코더원리츠)에 넘긴 뒤 2020년 우선매수권 행사를 할 수 있었지만 재매입을 포기했다. 2019년 서울 영등포구 사옥을 매각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신축 건물인 여의도 파크원 타워2에 입주했다.

메리츠증권은 2018년 여의도 제1사옥과 제2사옥을 한꺼번에 처분했고 KB증권은 2018년에 현대증권 시절 보유했던 여의도 사옥을 팔고 한국교직원공제회 소유 더케이타워에 입주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1년 여의도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가 소유한 서울 중구 수하동 센터원빌딩으로 이전했고 삼성증권은 1992년 삼성그룹 편입 이후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에 선대응

증권사들이 투자이익 극대화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인 만큼, 증권사들이 PF 금융주선 등을 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해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사옥 매각은 단기순이익 증대와 투자여력을 높일 수 있는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며 "다만 지금의 매각은 가격이 꼭지에 있다는 시각이 반영 된 것 같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만큼 부동산 보유로 얻을 수 있는 투자 매력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도 본사 사옥에 대한 설계변경을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셋방살이를 예고하고 있다. 2년 후 재건축을 진행하면 다른 사옥 자리를 찾아봐야 되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지난해 임대료로 198억원을 거뒀다. 대신343이 신축 자산이라는 점에서 사옥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투자증권은 최고위층이 현 사옥 자리에 대한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안다.
사학연금 여의도 회관 건물 재건축이 끝나고 나면, 현 사옥을 재건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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