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쇼핑' 차단 투약 내역 조회 유명무실

#A씨(26)는 2년 전 병원을 돌며 마약성 진통제를 대량으로 구해 마약으로 악용했다. A씨는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 등 거짓말을 하면서 진료를 받아 펜타닐 패치 9일 치를 손쉽게 처방받았다. 이후 이틀, 사흘 만에 다른 병원 두어 군데를 방문해 같은 약을 처방 받았다.

9일이 지나면 처음 방문했던 병원에서 또 약을 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A씨는 지난해 7월께까지 약 1년간 전국 각지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약을 구했다.

병원 측의 제지는 없었다. A씨는 "다시 손 대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약을 끊고 1년이 넘게 재활치료 중이다.

마약성분이 들어간 진통제를 병원에서 수차례 처방받아 악용하는 약물 오남용 사례가 늘고 있다. 병원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의 투약 내역을 확인토록 하고 있다. 직전에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흔적이 있으면 처방을 거부토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확인 절차가 번거로워 의사들이 잘 활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2항에 따르면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처방 또는 투약 조치를 거부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6월부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통합정보센터가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해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에게 환자의 투약 내역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이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조회서비스를 이용한 마약류취급의료업자 수는 2038명에 불과했다. 국내 의사 11만명 가운데 1.8%만 환자의 투약 내역을 알아본 것이다.특히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경우 지난해 113만5797건이 처방됐지만 전체 투약 내역 조회 횟수는 3만1493회에 그쳤다.

전문가는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자체가 복잡해 이용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보망은 처방 기록 시스템과는 별도로 운영돼 따로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로그인한 뒤 다시 환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은 "로그인해서 보는 데만 한 2~3분 정도가 걸린다"며 "사실 마약성 진통제 같은 경우에는 대학병원이나 일반 종합병원급에서 제일 많이 처방하는데 그런 병원들은 사실 오전 외래 한 타임에만 해도 최소 70~80명씩 본다. 1~2분 진료하고 진짜 환자 눈 마주치기도 어려운 판에 의사들이 정보망에 들어가서 조회한다는 게 사실상 굉장히 좀 버겁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이와 관련해 의사가 처방 시 사용하는 처방 프로그램에서 의료쇼핑방지정보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연계를 지속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e-mail]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