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 췌장염·당뇨 가능성 유의"

      2022.10.04 10:43   수정 : 2022.10.04 10: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6일부터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데 이어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대면 접촉면회도 허용됐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세가 한풀 꺾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20년 1월 첫 발병 후 3년여 동안 우리나라 국민 2000만명 넘게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전국 17개 시·도 대표 표본 1만명(만 5세 이상)에 대한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 결과, 백신 접종과 자연감염을 통해 약 97%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 위험이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관련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경계심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의료계 지적이다.


일부 코로나 후유증 환자의 경우 췌장염이나 당뇨, 갑상선 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학계 보고도 예사롭게 받아들일 수 없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후유증치료센터를 개설한 부산 온종합병원 은명 센터장(사진)을 통해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 코로나 후유증(Long Covid)이 무엇인가.

"코로나후유증을 지칭하는 말인 '롱 코비드(LongCovid)'는 '제2형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 이후 지속되는 다양한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만든 용어다. '롱 코비드'는 중증도와 상관없이 다양한 SARS-CoV-2 감염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되었으며, 피로, 무기력, 흉통, 호흡곤란, 심장 이상, 췌장, 갑상선 등의 내분비장애, 인지 및 주의력 장애, 수면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근육통, 집중력 문제, 두통과 어지러움 등의 뇌안개(Brain fog)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임상연구가 활발한 해외에서의 롱 코비드 사례를 소개해달라.

"미국 잡지 롤링스톤지에 소개된 휴스턴 거주 테일러씨(여·41)는 코로나 감염 이후 두 손에 관절염이 생겼다. 날씨가 추워지면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관절통 뿐만 아니라 권태감, 발진, 신경 인지 장애 등의 후유증 증상도 겪고 있다.

휴스턴 거주 아만다 핀리씨(여·45)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에 감염돼 직장을 그만 둬야 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2021년 5월 또 다시 코로나에 걸렸고, 주변 사람들에게 병을 옮길까 현재 노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시즈오카현이 코로나 델타바이러스 감염자 149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3분의 2가 여성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0, 40대가 70%나 차지했다. 후유증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증상으론 후각 장애가 21%, 탈모 11%, 미각 장애 11%, 권태와 답답함 9%로 각각 나타났다."

- 후유증 환자 상당수가 2차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다는데.

"롱 코비드 환자분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후유증상을 하소연하면 사람들이 '별나다'는 반응을 보이며 꾀병 취급을 하는데 대해 무척 괴로워한다. 다들 코로나를 앓고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너만 왜 그러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한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젊은 환자들은 직장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이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한단다. 특히 코로나후유증 환자가 가장 상심하는 것은 아파서 찾아가는 병원에서조차 '코로나 후유증이 어디 있느냐'며 자신을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것이란다. 그 누구도 코로나후유증 환자들의 하소연에 귀를 제대로 기울여주지 않아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한다."

- 학계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후 일부 후유증 환자에게서 췌장염이나 당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온종합병원 코로나후유증치료센터에 찾아온 후유증 환자 일부에서도 췌장염 등이 종종 발견된다. 코로나가 발병한지 3년여에 불과해 아직 연구가 부족하지만, 현재까지의 학계보고에 의하면 코로나 후유증 환자 10% 이내에서 췌장염 등 췌장손상이나 당뇨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우한대학교 중난병원 소화기내과 왕(Wang) 교수 등의 보고에 따르면 혈청 아밀라아제 또는 리파아제 수치가 상승한 52명의 코로나 환자 중에서 17%에서 췌장 손상이, 3분의2는 비정상적인 혈당 수치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고혈당은 코로나환자들에게서 자주 보고된다. 제2형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생리학적 모델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 바이러스 세포독성으로 인해 췌장 내의 알파 및 베타 세포 사멸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는 제2형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섬 세포 손상이 고혈당증과 급성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췌장염이나 당뇨 이외에도 갑상선이나 다른 장기들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손상이 확인되는지.

"코로나19 이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후유증에 대한 학계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왔다. 현재까지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 여성호르몬 이상, 심혈관계의 이상 반응, 피부 반응 이상 등 200가지 이상의 코로나 후유증이 보고됐다."

-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점차 일반 감기와 같은 양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에 걸렸다고 해서 예전과 같은 공포보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감기에 걸린 것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것은 '제2형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일반 감기와는 조금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7일의 격리기간이 지나면 전염력은 사라질 수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본연의 질병 진행 능력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코로나 유사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자가진단키트나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확진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코로나 확진 격리에서 해지됐다고 해서 '완치됐다'고 여기지 말고, 이후에 나타나는 여러 신체적 증상들을 면밀히 살펴서 심한 경우 즉각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한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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