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병원, 노사합의 필요한 '복리후생' 줄인다.. "尹정부 공공기관 쥐어짜기"

      2022.10.07 05:00   수정 : 2022.10.07 04: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대적 혁신을 주문, 각 기관이 자체 혁신안을 낸 가운데 국립대학교 병원들이 직원 자녀에 대한 학자금 지원 등 노조 합의가 필요한 복리후생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업계 처우 개선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 무리하게 '쥐어짜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합의가 필요한 복리후생 폐지 내용이 향후 노사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산하 국립대학교 병원 14곳 중 11곳이 복리후생을 일부 감축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리후생 감축 계획이 없는 3곳의 학교는 서울대학교 병원과 부산대학교 병원, 충북대학교 병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화와 공공 혁신이란 기조 하에 공공기관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각 공공기관이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자산을 매각하며 재정건전화를 계획했지만, 일부 국립대학 병원들은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한 복리후생비를 줄여 재정건전화를 꾀하고 있는 모양새다.

충남대학교와 경상국립대학교, 제주대학교 병원과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병원은 중고교생 자녀의 학자금 지원을 줄이거나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대학교 병원의 경우, 고교생 자녀의 학자금 지원과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항목을 국가공무원 수준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외에도 각 병원들은 경조사비 미지급과 문화여가비 감축, 월세지원 미지급 등 다양한 복리후생 항목을 삭제하거나 대폭 감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대학교 병원은 약무직에게 지급하던 월세 40만원 지원비를 폐지하고, △전북대학교 병원 △부산대학교 치과병원 △경북대학교 치과병원은 경조사비 관련 조항을 폐지하면서 경조사비를 미지급할 계획이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과 강원대학교 병원은 창립기념일을 무급휴일로 전환하거나 유급휴일을 전환하는 방안을 노사와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대학교 병원은 문화여가비를 15% 감축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이러한 공공기관 혁신 과정에서 복리후생을 줄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조현지 노무사는 "복리후생이라고 하는 근로조건이 취업 규칙에 해당되는데 폐지하는 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라면서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라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에 맞는 절차에 준수해야 한다.
복리후생 경중에 상관없이 폐지하기 위해선 근로자 과반수 또는 노조의 동의를 밟아야 한다"면서 사측의 일방적 폐지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의원은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공공기관 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공공기관 때리기를 통해 복지 축소가 이뤄졌고, 이에 현장에서는 더 이상 줄일 복지가 없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며 "창립기념일을 무급으로 돌리고 통근버스를 줄이는 것이 어찌 공공기관 혁신이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혁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혁신하고, 방만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의 성과내기에 동원된 공공기관 쥐어짜기가 결코 혁신이 될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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