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감동을 무대로… 창작 뮤지컬 전성시대
2022.11.21 18:10
수정 : 2022.11.21 18:10기사원문
원작이 있는 소재를 뮤지컬로 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의 브랜드와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많은 제작비가 필요한 뮤지컬의 경우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 티켓 판매에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원작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선택해 공연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는 원작 소설과 뮤지컬 공연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원작이 있는 작품으로 뮤지컬로 제작하는 과정은 처음부터 새로 대본을 쓰는 작업만큼이나 쉽지 않은 작업인데,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업의 경우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소설의 이야기와 구성을 그대로 가져갈 경우에 관객들은 공연이 설명적으로 느껴지면서 굳이 소설이 아닌 공연으로 봐야 하는 장점이 약해질 수 있다. 반면 소설을 너무 많이 각색할 경우에는 원작을 선택한 장점들을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소설의 공연화에 있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하나는 주인공의 설정인데 1인칭 시점 소설의 경우 무대화를 통해 3인칭으로 변환해야 하고, 공연을 바라보고 전개하는 인물을 재설정해야 한다. 또한 소설의 엔딩은 대개 주인공의 깨달음으로 끝나는 경우들이 많은데 공연은 주인공의 심리적 깨달음이 아니라 사건을 통해 무대에 구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사만 많고 지루한 공연이 되기 십상이다.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고 있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도 이금이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을 떠나와 하와이로 이주한 세 명의 사진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근 '파친코' '미나리' 등을 통해 한국인의 디아스포라가 전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는데, 이 작품도 여자들의 연대를 통해 이국 땅에서의 고난의 삶을 이겨나가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아냈다. 여기에서 뮤지컬 즐기기의 팁을 드리자면, 거리의 낙엽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소설 책 한 권 들고 정동길을 걸어보고 광화문에 가서 뮤지컬 한 편을 관람해보자. 두 장르의 감동이 두 배로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