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조각 경매서 1천억대 팔리는데… 한국은 10년간 15점 낙찰
2022.11.24 18:11
수정 : 2022.11.24 18:11기사원문
'아트 프라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출품작 수 기준에서 유화나 종이 드로잉 같이 에디션이 없는 평면작품이 전체의 70% 선이고, 사진(4~5%)과 프린트(20%) 등 에디션이 있는 평면작품과 기타 매체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경매 시장에서 입체작품의 낙찰가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출품작 수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부 예술가들의 작품이 상당히 고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구 경매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입체작품은 자코메티의 '손짓으로 가리키는 남자'라는 제목의 178㎝에 달하는 1947년 청동 조각품으로, 2015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6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에 낙찰된 바 있다.
자코메티 다음으로 1000억원에 달하는 낙찰가로 시장을 선도한 또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제프 쿤스의 '토끼'가 있고, 이밖에 전후 시기 입체작품 가운데서는 후안 미로, 헨리 무어, 루이스 부르주아 등의 작품이 100억원대를 넘어선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구 시장의 경우에도 활발하게 거래되는 입체작품 예술가의 수가 제한적이기는 하나, 한국의 경우는 보다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년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출품돼 낙찰된 한국 입체작품의 수는 총 15점에 불과한데, 그 가운데 8점이 백남준의 혼합 매체 조각품이었다. 그 뒤를 이어 서도호와 이환권의 작품이 각각 3점을 차지했고, 나머지 한 점은 양혜규의 작품이었다.
입체작품은 평면작품에 비해 운송 비용이 높고, 일반적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 이는 경매 시장 구매자들로 하여금 보다 신중한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예술가들은 크기를 줄이고, 에디션 수를 늘려서 운송 비용과 소장 부담을 줄이고 가격과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식을 통해 에디션 시장을 개척해 왔는데, 쿠사마, 나라 같은 일본 예술가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2~3년간 30~40대의 젊은 세대가 2차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급부상하면서, 자신만의 시그니처 캐릭터를 다양한 크기와 에디션의 입체작품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이 인기를 누리는 양상이 보다 뚜렷해 지고 있다. 고가 작품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향상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전략으로 출품작 수를 늘려 나가는 것이 보다 건전하고 대중적인 2차 시장 형성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여지고, 최근 뛰어난 재능을 통해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젊은 한국 예술가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해외 경매에서 보다 많은 한국 예술가의 입체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윤아 크리스티 홍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