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립 결말은 '600兆대 졸속심사'
파이낸셜뉴스
2022.12.08 18:19
수정 : 2022.12.08 21:20기사원문
"협상의 공간이 전혀 없다."
최근 한 달간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전화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협상의 100일'이 돼야 하는 정기국회가 대립의 시간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 내내 대립으로 일관해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결국 각 당의 이해관계, 당리당략이 우선이었다.
당의 '입'인 대변인 논평 또한 비방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 "윤석열 정부는 신군부의 부활을 꿈꾸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안기부의 망령을 부활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나". 지난 3일간 야당에서 나온 논평들이 이 정도다. 여당도 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민주당" "이성을 상실한 민노총과는 대화도, 협상도, 타협도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적 논평을 쏟아냈다.
극한 대치의 계절에 법안과 예산안 수확은 저조하다.
21대 국회에 접수된 의안은 1만8818건에 달하지만 처리된 의안은 5764건에 불과하다. 600조원대 내년도 나라살림 심사도 막판에서야 속도를 내고 있지만 '졸속 심사'라는 오명을 벗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들도, 의원들도 그 논의 내용을 알 수 없는 간사 간 협의, 원내대표 간 담판을 통해 결정되고 있어서다. 올해에만 122만명이 대상자인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또한 여야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잠정 합의'됐을 뿐, 논의 내용이나 과정은 알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원래 여론 추이를 보다 막판에 합의해버리는 게 관행"이라는 체념적 인식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관행이 되고, 벼락치기 심사가 일반적이라는 체념이 점차 '협상의 공간'을 줄이지 않았나 싶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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