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RA 여파 美판매 타격 시작됐다…포드에 추월당해

      2022.12.21 15:23   수정 : 2022.12.21 15: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현대자동차·기아의 피해가 당장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11월까지 현대차·기아의 미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포드에 추월당하면서 이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와 현대차가 IRA 3년 유예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미국 정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포드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5만3752대로 현대차·기아(5만3663대)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현대차·기아가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포드의 머스탱 마하E 등의 판매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IRA의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부터 경쟁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는 양상이다.

내년에는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특히 내년에는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절반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를,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은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북미 최종 조립이라는 대전제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량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갖춘 탓에 아이오닉5와 EV6를 비롯한 모든 전기차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지을 예정이지만 가동 시점이 2025년이어서 2~3년간은 보조금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정부와 현대차·기아는 미국 측에 3년간 시행을 유예해달라는 요구를 한 상태다. 미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과 광물 조건에 대한 지침을 담은 세부 사항을 내년 3월에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연말에 공지할 예정이었지만 시한을 3개월 미뤘다.

이 때문에 미국 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와 제너럴 모터스(GM)은 내년 1월 1일부터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됐다. 당초 업계에선 테슬라와 GM은 배터리 부품과 광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보조금을 온전히 받지 못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당분간은 북미 최종 조립 요건만 충족시키면 부품 및 광물 요건과 관계 없이 7500달러의 혜택을 보게 됐고, 내년부터 20만대 판매 상한선 규제도 사라지면서 테슬라와 GM의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는 이미 누적 2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해 그동안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어서 효과가 더 클 전망이다.

미 재무부는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차별적 조항이라고 지적한 북미 최종 조립 조건과 관련한 세부 규정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IRA 개정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와 현대차·기아는 IRA 대상이 아닌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를 렌터카와 단기 리스 차량으로 확대하는 방안에도 주목하고 있다.
상업용 전기차 범위가 확대되면 IRA에 따른 피해를 일부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IRA와 관련 "지금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가 완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유연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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