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위 느린 노인…이름 모를 청년, 등에 업고 성큼 건넜다
2023.01.01 12:58
수정 : 2023.01.01 13:29기사원문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청년이 걸음이 불편한 노인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업고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훈훈한 장면이 포착됐다.
1일 MBC 보도에 따르면, 시민 A씨는 지난 26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능곡역 부근 한 도로 위에서 목격한 가슴 따뜻한 일화를 제보했다.
이날 A씨는 차를 몰고 가던 중 횡단보도 중간쯤에 서 있는 듯한 노인을 발견했다.
당시 이 노인은 느린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한 발자국씩 천천히 떼며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서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에 A씨는 노인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렸다.
그는 "유턴해야 하는데 앞에 할아버님 한 분이 횡단보도를 엄청 느리게 건너가고 계셨다"며 "혹시 뒤 차가 빨리 와서 할아버지가 다치실 수 있으니 차량으로 차선을 막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윽고 보행자 신호가 녹색불로 바뀌었고, A씨는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천천히 운전을 시작했다.
이때 A씨 차량 블랙박스에 한 청년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 청년은 노인에게 다가간 뒤 그를 업고선 성큼성큼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노인이 횡단보도에서 주춤하던 사이 신호는 빨간불로 변했지만, 청년이 직접 업고 길을 건너는 덕분에 우려할 만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울러 노인을 업은 청년이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주는 A씨와 차량들의 배려도 돋보였다.
A씨의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전해 듣고 함께 블랙박스를 확인했다"면서 "이 청년의 작지만 훈훈한 선행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요새 사회가 삭막하다고 하는데, 다른 분의 선행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되게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저렇게 서로 도와주는 거에 서슴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기뻤다"고 전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가슴 뭉클하다. 아름다운 청년 복 많이 받으시길", "새해 첫날부터 이런 모습 봐서 기분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청년만큼만 하면 우리 사회가 빛날 거다. 청년에게 힘찬 박수를",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고맙다", "당신이 영웅이다", "젊을 때 멋 부린다는 데 이런 게 멋이다" 등 청년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