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1명이 1년간 400건 심리… 370명 늘려도 여전히 부족
2023.01.08 18:26
수정 : 2023.01.08 18:26기사원문
■법관 부족… 1인당 400건 심리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판사 정원을 370명 늘리는 내용의 '각급법원 판사정원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판사 인력 부족은 법원의 고질적인 문제다. 우리나라 법관 수는 2만3800명 수준의 독일과 7400여명 수준의 프랑스, 3800여명의 일본과 비교해도 훨씬 적은 숫자다. 상대적으로 적은 법관 수에 비해 연간 새롭게 접수되는 사건은 100만건을 훌쩍 넘어서면서, 판사 1명이 1년 간 맡는 사건 수는 300~400건에 달한다. 독일의 5배, 일본의 3배 수준이다. 1인당 심리해야 할 사건 수가 늘다 보니 1심 판결문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 역시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판사 3명이 심리하는 민사합의부 사건에서 1심 판결문을 받아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364.1일이었다. 불과 2년 전인 2019년 298.3일과 비교하면 65.8일 늘어난 숫자다.
과도한 업무량에 낮은 처우 문제까지 겹치면서 기존 법관 이탈 규모도 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해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 평균 70명이 넘는 법관들이 옷을 벗었다. 지난 5년간 법복을 벗은 판사들 수는 모두 381명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기(2011년 9월~2017년 9월) 384명과 엇비슷한 숫자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근무하고 싶어도 근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 근무 법관 수가 줄며 도입된 인사 원칙인 2차 경향 교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차 경향 교류는 서울권 근무를 마친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일정 기간 지방권 근무를 한 후 다시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서울권에서 일했던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경기·인천권 3년 단위로 법원을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법조일원화 도입과 지역 법관 제도 폐지 등으로 지방 근무 법관 수가 줄면서 2017년 정기인사 때 처음 도입됐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지방권 근무 시점이 자녀 교육 문제와 겹치면서 사직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했다.
■"법조일원화 개선·시니어 법관 도입"
육아휴직과 해외연수 법관 등으로 돌아오는 수가 고스란히 법관 증가로 직결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 시행 10년 차에 접어든 법조일원화 제도 손질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지난 2013년 도입된 법조일원화는 일정 기간 법조 경력을 가진 법조인 가운데 법관을 선발하는 제도다. 법관 지원을 위한 경력요건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10년까지 늘어난다. 해를 거듭할수록 요구하는 법조 경력이 늘어나는 만큼 "법관에 지원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왔지만,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 경력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부결된 뒤 경력 요건 상향 시점을 3년 뒤로 미루는 데 그쳤다.
정년 이후 근무가 보장되는 '시니어 판사' 제도도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해 12월 열린 정기회의에서 판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시니어 판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함께 평생 법관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사례가 늘면 전관예우 관련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