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다리 잘려도 계속 맞는 '좀비 마약'..미국서 중독자 급증
2023.01.09 14:37
수정 : 2023.01.09 17: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동물 진정제 '자일라진(xylazine)'을 기존 마약에 혼합해 투여하는 마약 중독자들이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어 미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자일라진은 1962년 개발된 말·소 마취제 및 구토유발제용 동물용 의약품으로,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수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트랭크(tranq)' 또는 '좀비 마약(zombie drug)' 등 속어로 부르며,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말 마취제(anestesia de cablaao)'라고 불리고 있다.
NYT에 따르면 자일라진을 펜타닐 등 기존 마약에 섞어 주사로 투입할 경우 팔다리 등에 '가피(痂皮·eschar)' 혹은 '괴사 딱지'라고 불리는 죽은 부스럼 조직이 생긴다고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팔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자일라진 혼합 마약을 투여하면 여러 시간 동안 정신을 잃어 성폭행이나 강도 등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또 마약을 투약한 이들은 깨어난 뒤 펜타닐 등 효과가 이미 사라져 있어 마약을 더 투약하고 싶은 갈망이 생기게 된다.
당국은 자일라진을 아편류 마약과 섞어 투약할 경우 마약류 과량 투여에 대응하기 위한 널락손(naloxone) 투여 등 표준적 응급치료가 제대로 듣지 않을 수 있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NYT가 인용한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마약을 검사한 결과 자일라진이 함유된 사례가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6월 발표된 연구에서도 미국 수도 워싱턴 DC와 50개주 중 36개에서 유통되는 마약에 자일라진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필라델피아 켄싱턴 지역의 마약중독예방센터에서 근무하는 숀 웨스트팔 사회복지사는 "필라델피아는 이미 늦었다. 전국의 다른 지역이 이를 피할 방법이 있다면, 우리 얘기를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NYT는 특히 자일라진 혼합 마약으로 인해 5개월째 재활치료를 받는 다른 환자의 말을 빌려, 어떤 중독자는 다리 하나를 절단한 후에도 절단된 다리의 남은 부분에 이 혼합 마약 주삿바늘을 찌른다고 설명했다.
자일라진은 동물용이든, 인간용이든 규제약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엄격한 감시망에 벗어나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