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주가치 제고 바람...하나금융, 곧 1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검토
2023.01.10 16:10
수정 : 2023.01.10 22:27기사원문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가 주주가치 제고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본격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자사주를 별도로 매입하지 않아도 이미 1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어 자사주 소각 결정에 따르는 부담이 크지 않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 6월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지난해 4월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당시 자사주 소각은 2005년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이었다.
국내 금융권은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이다. 주요국 은행 대비 국내 은행 주가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주주환원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비효율적 자본배치로 인해 주주환원율이 낮은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의 저평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역량 부족이라기 보다는 주주가치 관점 없이 자본을 재투자 위주로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지주가 자본비율 12% 초과분은 주주에 환원하겠다는 목표로 화답해 주목받았다.
국내 금융사들도 주주환원율이 낮다는 데 동의한다. 금융사 수장들은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은행주에 갖고 있는 부정적 시각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경제 상황, 빅테크와의 경합과 디지털 역량, 그리고 국내 당국의 규제 수준이다.
복수의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들은 "경제 상황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디지털 분야도 빅테크와 맞서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배당성향 등 배당과 관련한 우리 금융당국의 입장이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의 주주가치 제고와 정부의 부동산 완화 대책 등으로 금융지주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들어서만 약 1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도 15.7%, 신한지주는 14.6%, 우리금융지주는 7.8% 올랐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 등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자율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는 경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배당 확대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17조원을 넘어서는 등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