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가려고 허위 119신고로 3차병원 응급실"…기상천외 병역면탈
2023.01.26 12:13
수정 : 2023.01.26 13:13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뇌전증 병역면탈' 혐의로 기소된 22명은 발작 등 뇌전증 증상을 거짓으로 꾸미면서 조직적으로 병역당국을 속였다.
서울남부지검은 병무청과 합동수사 중인 뇌전증 환자 위장 병역면제 비리 사건과 관련해 병역면탈자 15명과 공범 6명, 병역브로커 김모씨(37)를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김씨와 이미 구속 기소된 브로커 구씨는 2020년 초부터 작년 말까지 병역 의무자 등과 공모해 발작 등 뇌전증 증상을 거짓으로 꾸며 의료기관에서 허위진단서 등을 발급받았다.
이들은 이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위계로 병역을 감면받았다. 또 병무시스템 기록에 병명 및 병역 의무와 관련된 불실의 사실이 기재되도록 했다.
법률용어인 '불실의 사실'은 권리의무 관계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항이 진실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병역 면탈자 15명은 브로커와 공모해 뇌전증 환자인 것처럼 행세해 병무청을 속였다.
기타 공범 6명은 브로커 등과 공모해 브로커 계약과 대가 지급, 발작 목격자 행세 등으로 병무청을 속여 병역의무자의 병역을 감면받도록 했다.
뇌전증을 빙자한 병역면탈 유형은 병역미처분자의 병역감면 시도와 병역처분자의 병역감면 시도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번에 기소된 대상자들은 병역처분자의 병역감면 시도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병역의무이행자(보충역 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 등)와 입영연기 중인 입영대상자가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고 신체검사를 하면서 허위 뇌전증 진단서와 진료기록 등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속임수를 써 병역의무를 감면받은 사례다.
이들은 뇌전증 사각지대를 악용해 철저한 시나리오를 짜고 역할을 분담했다. 뇌전증의 특성상 뇌파 이상과 별개로 병역 면탈자가 관련 증상을 연구하고 환자처럼 행세를 했을 때 전담 의사조차 쉽게 환자 여부를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먼저 브로커 김씨는 인터넷 병역상담카페를 개설해 병역의무자를 유인했다. 이후 '뇌전증 5급 미판정시 보수 전액 환불'을 자필로 기재한 계약을 체결하고 총 2억61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이후 병역면탈자의 상황에 따라 의료기관에 가짜 뇌전증 증상을 설명할 맞춤형 허위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허위 119신고나 목격자 진술을 위해 가족이나 지인을 범행에 가담하게 했다.
빨리 군면제를 받아야 하는 병역면탈자에게는 허위 119신고로 3차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게 했고,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면탈자들은 1,2차 병원 진료를 거치게 했다.
이후 허위 진단서나 진료기록 등을 병무청에 제출하고, 신체검사를 위한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허위 진료를 받거나 혈액검사 직전에 뇌전증 약을 복용하게 했다.
검찰 관계자는 "병역면탈은 입시비리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공정과 통합을 저해하는 중대범죄"라며 "그 실체를 규명헤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