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과 닮은꼴인 기본소득

      2023.01.26 18:17   수정 : 2023.01.26 18:17기사원문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또는 소폭 변형된 유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기본 삶을 보장하기 위한 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기본소득 제도는 이상적이며 득표가 최상의 목표인 정치인에게 매우 매력적인 공약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상적인 제도가 국가 단위로 실시되는 사례가 없고, 천연자원으로 정부 재원이 과대한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더욱이 재정여력이 매우 작은 우리나라 정부 살림살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기본소득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소득주도성장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먼저 소주성 정책과 기본소득은 둘 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술적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주성 정책에 대한 가장 뼈아픈 비판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주성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기본소득은 '말이 없이도 마차가 목적지로 잘 갈 수 있다'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말이 없이 마차가 움직일 수 있는 경우는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마차로, 이러한 경우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면 마차가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는 자명하다. 두 정책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성공 선례가 없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선례가 없는 정책을 실험적으로 우리 경제에 적용하는 것의 비용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한번 경험하였다.

필자가 기본소득 제도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본소득 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2017년 대규모로 기본소득 제도를 실험하였던 핀란드는 제도 실험을 중단하였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중단의 이유가 궁금해 필자가 한 국제 학술대회에서 만난 핀란드의 정책입안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생각 외로 간단하였다. 기본소득 제도가 의도했던 근로촉진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근로유인을 저해하는 기본소득 제도는 장기적으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진보적 학자뿐 아니라 일부 보수적 학자들도 기본소득 제도를 찬성하는데, 이는 기본소득이 근로의욕을 저하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기본적 삶의 보장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소득 제도의 근로 친화성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전혀 입증되지 못하였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던 학자들은 기본소득이 '임금률' 왜곡을 가져오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 가격효과에만 집중하여 근로와 상관없이 보장된 소득이 노동시장 참여 자체를 왜곡시킨다는 점을 간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국민의 기본 삶을 보장하면서 형평성과 사회적 이동성이 보장되는 복지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실패했거나 성공 사례가 없는 소주성 정책과 기본소득 정책은 지양하고, 이미 여러 선진 복지국가들에서 효과성이 증명된 사회보험·공적부조·사회서비스 제도를 우리 여건에 부합하고 근로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적용하여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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