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직전인데…'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놓고 끝없는 갈등
2023.03.02 17:34
수정 : 2023.03.02 17:34기사원문
■고리원전 건식저장소 건설 이유는?
한수원은 지난 2월 7일 서울 중구 방사선 보건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고리원전 부지 내에 설치하는 건식저장시설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한 금속 용기를 건물 안에 저장할 수 있게 건설된다. 국내 원전 부지에 경수로 건식저장시설이 건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수로인 경북 경주 월성원전은 1992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운용하고 있다.
한수원이 고리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짓는 것은 그동안 저장해온 습식저장시설이 포화용량이 앞당겨진 탓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탈원전'에서 벗어나면서 원전가동율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사용량도 늘어난 것.
이에 전남 영광 한빛원전의 저장시설 포화시점은 2030년, 경북 울진 한울원전의 포화시점은 2031년으로 1년씩 순차적으로 빨라졌다. 조밀저장대(핵연료 간격을 줄여 전체 저장용량을 늘리는 장치) 설치를 전제로 부산 기장 고리원전의 포화시점이 2032년으로 1년 늦춰졌고 경북 경주 월성원전은 2037년, 신월성원전은 2년 당겨진 2042년, 새울원전은 2066년으로 포화시점이 전망됐다.
■건식저장시설 안전 vs. 영구처분시설 우려
건식저장시설과 관련해 산업부와 한수원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1970년대 건식저장시설은 지상에서 금속과 콘크리트 용기 등으로 방사선을 차폐하고 전기가 필요없는 무동력 자연대류로 냉각하는 방식을 쓴다. 33개 원전 운영국 중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 등 24개 국가에서 건식저장시설을 활용해 왔지만,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원전 부지의 격납건물 내 대형 수조에 물을 넣어 방사능을 차폐하고 전원 공급을 통해 강제 순환 냉각하는 방식의 습식저장시설을 운영해 왔다.
전원 공급과 무관하게 냉각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용기별 격납 방식으로 설계돼 자연재해나 인위적 재해에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미국원자력규제기관 NRC가 건식 저장시설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을 짓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건식저장시설을 시작으로 고리원전부지가 영구처분시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때문이다.
지난달 21일에는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활동가, 시민 등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이하 고리2호기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발족했다. 이들은 힘을 합쳐 고리2호기 수명 연장 및 고리원전 내 핵폐기장 저장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이미 고준위 특별법안에 고준위 방폐장을 신속히 확보해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다는 계획이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