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대가로 영업기밀을?" 美반도체법에 삼성·SK 당혹

      2023.03.02 18:02   수정 : 2023.03.02 18:02기사원문
미국 상무부가 2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보조금 가이드라인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기밀 유출'을 우려하면서 보조금 신청에 따른 득실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국내 반도체업계는 미·중간 반도체 패권전쟁 구도 등을 고려할 때 양사가 보조금 신청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설계까지 내놔라?' 기밀 유출 우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공식 입장을 자제한 채 향후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분위기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3329억원)를 들여 오스틴에 이은 미국 내 두번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후공정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상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2월 28일(현지시간) 반도체법과 관련된 보조금 신청 접수 일정을 공개하면서 기업들이 신청서에 6개의 우선순위 조건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보조금 신청 접수 조건에는 △초과이익에 대한 미국과 공유(최대 75%) △지원금의 배당·자사주 매입 사용 금지 △현금흐름 등 재무 계획서 제출 뿐 아니라 첨단 공정에 대한 접근까지 요구했다.

당장 반도체업계는 구체화되지 않은 초과이익공유 보다 공정 설계나 재무 자료 등 민감한 내부 기밀사항이 공유되는 걸 걱정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조금 신청에 있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미국 내에서 거둔 매출과 수익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투자계획과 영업전략·계획 등을 공개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정보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밀사항"이라면서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술 노출 가능성과 정보 공개 위험이 내포됐다"며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제조 시설 세부 사항이나 기술 역량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제조 기업 극비 사항으로 원가 및 (제품) 성능 경쟁력에 직결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쟁사와 공정 격차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 있어 정보 공개는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 선택지 없다…보조금 신청할 것"

반도체 업계는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보조금 신청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칩4 동맹에 포함된 한국이 앞서 밝힌 대규모 미국 투자를 중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나온 가이드라인 자체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미국 측의 자세한 기준이 나오기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가 '보조금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을 받는 기업은 당초 제출한 기대 수익을 크게(signifcantly) 초과하는 수익을 낼 경우 미국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고만 말했지 '크게'의 기준이 아직 없다"면서 "초과이익 공유 조항의 기준 등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 공장 부지 선정도 안 된 상태라 당장의 지원금 이슈에서 타사들의 반응 등을 살필 수 있어 좀 더 여유롭다"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경기 평택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곧 미국과 척을 지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에 다소 무리한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당초 반도체법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에게 있어서는 미국 쪽 팹리스 고객사들이 많은 점 등을 살펴보면 보조금 신청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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