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배터리? 中에 잡히기 직전 '싸늘한 경고'
2023.03.06 05:00
수정 : 2023.03.06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미국 완성차업체 GM, 포드 등과 함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알려지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마냥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도 남아 있어 변수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3사 美 러시...中 성장 가팔라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오는 8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GM과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는다. 연간 생산량은 최대 50기가와트시(GWh)로 두 회사 투자금액은 5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달 말 포드, 튀르키예 최대 기업 ‘코치’ 등과 튀르키예 현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 MOU를 체결했다.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5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SK온은 최근 포드와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정상적으로 공장 건설을 하고 있다. 양사는 총 114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과 테네시주 스탠튼 두 지역에서 총 129GWh 생산능력을 가진 배터리 공장 3개를 건설한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이 블루오벌SK 켄터키 생산 공장을 방문해 환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최근 중국 배터리사들의 빠른 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테슬라, BMW 등 중국 배터리사 제품을 사용하는 완성차 업체가 늘어나면서 점유율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사 가운데 CATL, BYD 등 중국 업체 두 곳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0.6%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BYD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을 따라잡기도 했다. 한 국내 대형 배터리사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배터리사들은 중국을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中, 美 완성차와 합작공장...IRA 우회
일각에서는 IRA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최근 CATL이 포드와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소 움츠러들었다.
CATL은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대신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CATL이 기술을 제공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업계는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국내 배터리사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본다. 아직까지 보조금 규모 외에 사실상 구체적인 규정이 없게 때문에 미·중 기업과의 합작공장 설립시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호의적이지 못한 자금 조달 사정도 배터리 업계가 마냥 낙관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등한 금리로 이자가 크게 늘어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SK온이 포드와의 튀르키예 공장 건설을 철회한 이유가 자금 조달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투자금 자체는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이후 이자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매력을 못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확실한 ‘기회’가 왔다고 주장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난 데다가 올해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완성차업체가 ‘갑’이었다면 이제는 배터리업체가 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일부 업체는 배터리를 요구하는 고객사가 너무 많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