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기다리다 소집 또는 면제… 허송세월 보내는 '공익'청년
2023.03.07 18:09
수정 : 2023.03.07 18:09기사원문
#.대학생 장모씨(23)는 2021년 병역 검사에서 정신 건강 등 이유로 '4급 사회복무요원(공익)' 판정을 받았다. 장씨는 복무를 마친 뒤 취업 준비를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판정 직후 복무를 신청했다. 지난해에는 혹시 모를 소집 명령에 대비해 휴학까지 했지만 2년 신청 내내 번번이 탈락했다.
장기 대기만 하다 면제 처분을 받는 사회복무요원이 매년 1만명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 수와 복무할 기관의 수요가 엇박자를 보이면서 인력 적체 현상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관 배치에서 탈락한 청년들은 "소집 순서가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불평을 쏟아냈다.
■대기만 하다 '사회복무요원 면제'
7일 병무청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 대기를 하다 복무 면제 처분을 받은 4급 보충역은 1만740명에 달한다. 장기 대기에 따른 사회복무요원 면제자 수는 2016년 11명·2017년 90명 수준이었지만 2018년 2317명·2019년 1만1457명·2020년 1만5331명·2021년 1만4485명으로 급증했다. 매년 1만명 넘는 청년들이 대기만 하다 면제 처분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현행법상 4급 판정을 받은 사회복무요원 대기자는 '본인 선택' 제도를 통해 복무 기관 신청이 가능하다. 장씨와 같은 대학생은 '재학생 입영원'을 통해 한 번 더 신청 가능하다.
하지만 한정된 복무기관과 대기자 규모 간 불균형이 빚어지면서 '복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이상 소집되지 못할 경우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고 사실상 병역이 면제되는데, 이 인원이 매년 1만명을 웃도는 것이다.
장기 대기자 수가 최근 몇년새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2015년 신체검사 규칙 개정이 꼽힌다. 정부는 현역 입영 대기 적체를 해소하겠다며 2015년 10월 현역병 판정을 줄이고 4급 판정 가능 질환 범위를 넓혔다. 이 영향으로 2015년 2만8000명 수준이었던 사회복무요원 소집대기자 수는 2016년 4만명, 2018년 5만8000명까지 폭증했다. 이에 정부는 2019년부터 3년간 매년 5000명씩 기관 배치를 늘리기도 했지만 적체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범정부적 접근 필요
4급 판정 청년들은 언제 복무할 지 알 수 없어 취업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태로 기약 없이 소집을 기다리고 있다. 기관 신청 규칙상 탈락 횟수가 많을 수록 합격 우선권이 주어진다. 온라인 상에선 인기가 높은 행정 기관의 경우 두 번 탈락으로도 어림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또 장씨와 같이 정신 질환으로 4급 판정을 받은 경우 복지·아동시설에 대한 기관 선택이 제한돼 배치가 더 어렵다.
복무기관 확대가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인건비 등 문제가 있어 마냥 늘리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적체 해소는 병무청 혼자만의 해결은 불가한 문제로 범정부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사회복무요원을 필요로 하는 기관들의 적극성,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인력 활용 방안 등에 대해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병무청은 "기관의 관리 부담 및 사회복무요원 보수 인상으로 기관 확대에 일부 애로사항이 있다"며 "사회복무요원 수요를 지속 발굴하고 청년들의 적기 사회 진출을 위해 기관 배정을 확대해 면제 처분 인원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