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많아진 봄철 반려견이 조심해야 할 3가지
2023.03.09 10:33
수정 : 2023.03.09 10: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한낮에는 따뜻한 햇볕이 비추는 봄은 겨우내 좁은 실내에서 움츠렸던 반려동물의 최적의 활동 시기다. 하지만 올해 봄의 시작은 연일 미세먼지로 가득 차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고 건조한 날씨까지 이어져 반려동물의 외부 활동의 차단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외출이 잦아진 봄철엔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이 유발될 수 있고 풀숲 진드기, 꽃가루 등 계절적인 악영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해 반려견 피부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봄은 반려견의 신체 건강이 자극받기 쉬워 겨울 못지않게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계절이다. 특히 털이 많은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2~3배 미세먼지가 더 잘 붙는 구조다. 자극받은 피부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염증으로 번질 수 있어 보다 세심한 관리로 안전한 산책을 돕고 신체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봄철 산책길, 최대 적은 진드기
봄철 반려견의 산책길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풀숲이나 덤불을 피하는 것이다. 반려견을 위협하는 진드기의 주 서식지인 풀숲은 반려견이 쉽게 접하는 곳으로 진드기에 물리면 피부병이 생길 수 있고 더 심각한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바베시아란 진드기에 물렸을 때 감염되는 질환으로, 바베시아 원충이 적혈구 세포에 기생하며 진드기를 통해 옮겨진다. 감염이 되면 용혈성 빈혈을 일으켜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바베시아에 감염이 되면 발열과 식욕부진, 창백, 기력저하, 혈뇨, 황달, 구토, 침울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질병이 진행되면 간, 신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바베시아에 감염되면 1~3주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발현된다. 과거에는 주로 제주도나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최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반려견의 몸에서 진드기가 발견됐다면 빠르게 제거해야 한다. 단 억지로 뜯어내다가 진드기 머리 부위가 피부에 박혀 지속적으로 염증을 일으키거나 진드기 매개 질병을 결국 옮기게 될 수 있다. 진드기를 떼어낼 때는, 머리 부위를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잡아 제거해야 한다. 진드기를 제거한 후에는 물린 부위를 소독하고 바베시아 감염 방지를 위한 예방 조치 등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PCR 검사에서 바베시아 양성의 결과를 얻게 되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바베시아 치료는 조제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사용한다. 또 항생제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임상 증상에 따라 심한 급성심부전 또는 전신 염증반응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바베시아는 100%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는 질환이고, 완치 후에도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건강이 안좋아지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외출이 잦아지는 봄철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박비료는 독..항상 주의해야
봄철에는 산책시 유박비료를 섭취하고 구토와 설사를 일으켜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견들이 많다. 유박비료는 피마자, 참깨, 들깨에서 기름을 짜낸 뒤의 부산물로 만든 비료다. 이 중 피마자 껍질에는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6000배나 강한 ‘리신’이라는 맹독성물질이 들어있다. 즉 피마자성분이 포함된 유박비료는 매우 소량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치사량에 육박한다.
리신이 체내에 흡수되면 우선 소화기관을 파괴한다. 실제 위·소장점막의 괴사가 심각하게 진행되며 이에 식욕부진, 구토, 심한 수양성설사가 동반된다. 또 간과 신장에 고농도로 축적돼 치료해도 간, 신장, 심장 등의 장기손상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장내 괴사, 출혈이 생기면서 전신적인 패혈증이 발생하거나 단백질소실이 빠르게 진행돼 쇼크가 생기기도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3~4일 내로 폐사하게 되는 일도 많다.
유박비료는 다른 독성물질과 다르게 해독제가 없어서 회복될 때까지 도와줄 수 있는 대증처치밖에 진행할 수가 없다. 유박비료를 먹더라도 생각보다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
리신의 치사량은 강아지에서는 완벽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20mg/kg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박비료는 리신의 함유량을 10mg/kg로 제한하고 있어 실제 이론상으로는 상당히 많은 양을 먹어야 치사량에 도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의 경우 치사량이 완벽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강아지 특성상 유박비료를 잘게 부셔 먹었을 가능성이 있어 흡수율이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유박비료는 고소한 냄새를 풍겨 강아지들이 산책시 주워먹는 경우가 많다. 서울 내에서는 유박비료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려져 사용을 잘 안하는 추세이지만 교외로 나갈 경우 유박비료를 항상 주의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꼭 피해야 하는 봄꽃은
슬슬 개화시기가 다가오면서 반려견과 함께 꽃놀이를 계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집에도 봄 분위기를 내기 위해 꽃을 사다 놓는 이들이 많다. 다만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섭취할 경우 위험한 식물과 꽃들은 보호자들이 미리 알고 주의해야 한다.
백합으로 장식한 꽃병이 놓인 거실은 우아하지만, 고양이에게 지뢰밭과 같다. 백합과 원추리 계열 백합은 고양이 신부전증을 유발한다. 참나리, 나팔나리, 응달나리 등이 고양이에게 해롭다. 고양이가 백합 잎이나 꽃가루를 조금이라도 삼키기만 하면, 신부전증에 걸린다. 백합을 조금이라도 먹었다가, 몇 시간도 안 돼 구토하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 중에 하나인 수선화도 리코린과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어, 개와 고양이에게 해롭다. 독은 대부분 수선화 구근 속에 있다. 반려동물이 조금만 삼켜도 타액 과다 분비,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한다. 많이 먹었을 경우 약간의 떨림, 경기, 저혈압, 심장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사고야자는 열대 기후에서 주로 볼 수 있지만, 실내에서 키울 경우에 기후에 상관없이 자라 인테리어 용도로 쓰인다. 사고야자는 독성이 강해 개와 고양이에게 치명적이다. 간부전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치사율이 5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야자는 모든 부분에 독이 있으며 특히 씨앗에 독이 집중돼있다. 씨앗 한, 두 알만 삼켜도 반려견이 죽을 수 있다. 사고야자를 삼키면, 24시간 이내에 구토하고 경련으로 이어진다.
강심배당체를 함유한 식물로 협죽도, 디기탈리스, 은방울꽃(영란) 등도 피하는 게 좋다. 강심배당체는 심장박동수를 떨어뜨려, 심장을 멈추게 만든다.
튤립의 독은 대부분 구근에 집중돼 있으며 섭취시 구토, 설사, 타액 과다 분비 등의 증상을 보인다. 베고니아는 사철 베고니아라고 부를 정도로 사시사철 키우기 쉬워 대중적인 식물이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를 키운다면, 베고니아 화분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려동물이 베고니아를 섭취할 경우 침을 흘리거나 구토를 하며 입술, 혀 등 입 안에 화상을 입거나 염증이 생긴다.
진달래, 철쭉, 월계수, 마취목 등 진달래과 식물은 그라야노톡신이란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구토, 발작, 심장마비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개와 고양이에게 해롭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