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유럽서 새로운 기회… 재활용 의무화 포함땐 불리"
2023.03.12 18:07
수정 : 2023.03.12 18:07기사원문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 발표가 14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른바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 불릴 정도로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유럽판 IRA' 유력
12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14일 CRMA 초안을 발표한다.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배터리 업계는 유럽 역내 핵심 원자재 조달 비율을 높이는 조항과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화 조항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이 시행한 IRA와 유사한 형태다. 미국 IRA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광물의 일정 부분 이상을 북미 또는 미국 동맹국에서 생산해야 보조금을 주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CRMA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팽팽하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CRMA가) 국내 배터리사들에는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아직 정확한 초안이 나오지 않아서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만약 EU가 미국처럼 일부 조건을 걸고 이를 맞춘 곳에만 보조금을 준다면 한국이 앞서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배터리사들은 유럽에 많이 진출해 있을 뿐 아니라 선진 규제를 지켜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키 플레이어"라며 "물론 공장이 외국에 지어지면 국내 고용이 줄어들거나 일부 부가가치 창출 규모가 감소할 수는 있지만 CRMA는 진출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남인호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도 "기본적으로 유럽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서 관련법안을 냈다는 것 자체가 배터리 산업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국내 배터리사들의 배터리 판매량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호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의무화 조항은 中에 유리
반면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대다수가 예측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해당 법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폐배터리 의무화 조항"이라면서 "이는 단순 제조를 넘어서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물론 법안 시행 초반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이슈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제조에 강점이 있는 국내 배터리사가 우위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경험이 많고 전기차 보급이 많이 된 중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유럽한국기업연합회(KBA Europe)와 외신 등에 따르면 CRMA는 오는 2030년까지 핵심 원자재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채굴 역량과 가공 역량, 재활용 역량 등을 집중 확대하는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EU 역내 핵심 원자재 광물의 채굴 역량을 연간 수요의 10%, 역내 가공 역량은 40%, 재활용 역량은 15%까지 확대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핵심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사들은 미국 IRA로 인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충격파가 조금 덜할 것"이라며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