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0년 유지하는 비결...'황혼이혼' 옛말된다

      2023.03.18 07:00   수정 : 2023.03.18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한 부부가 이혼하는 비율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황혼이혼'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을 만큼 꾸준히 증가해오던 '고연차 부부'의 이혼은 2022년 13.1% 쪼그라들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통계청에서 16일 발표한 '2022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9만3000건으로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그 중 결혼 지속기간이 긴 부부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전년대비 감소율은 20~24년(-14.0%), 25~29세(-13.4%), 30년 이상(-12.4%)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2016년부터 감소 없이 꾸준히 증가해오던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율은 7년만에 처음으로 13.1% 줄어들며 큰 낙차를 보였다.

반대로 10년 이하 부부의 이혼율은 혼인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하락폭이 크지 않다. 4년 이하는 9.3%, 5~9년은 3.5% 감소에 그쳤다. 중간지대에 위치하는 10~14년(-5.3%), 15~19년(-1.1%)의 감소폭은 크지 않았지만 두 구간의 비중이 26.8%에 그쳐 9년 이하(36.6%)와 20년 이상(36.7%)에 비해 절대적인 이혼 건수가 낮았던 탓이 컸다.

결혼 지속기간이 10년을 넘어가면서부터 이혼 건수가 줄어들고,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율이 급감하는 것을 감안하면 '황혼이혼'의 발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10년 이상 결혼을 지속하는 부부라면 30년 이상 이혼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령별 이혼율에서도 초혼연령이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높아진 만큼, 결혼 10년차 수준의 44세 이하에서 이혼 부부의 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로는 연령 상승에 따라 이혼 건수가 감소하는 추이다.

임영일 인구동향과장은 "2021년까지 증가추세였던 고령 부부 이혼율이 올해 큰 감소폭을 보였다"며 "55~59세 남성 이혼율은 이미 2020년에 감소추세로 들어섰고, 그 영향이 올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45세 이상 연령대에서 지속적으로 이혼율이 감소함에 따라 이후 통계에서도 고연차 부부의 '황혼이혼'은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년차 이하 부부의 이혼 감소가 고연차 부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연령이 낮을 수록 이혼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측면이 있다. 2020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떤 이유라도 이혼해서는 안된다"라고 이혼에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연령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령이 낮을 수록, 그리고 결혼 지속 연차가 낮을 가능성이 높을 수록 이혼 가능성을 더 크게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낮은 출산율도 저연차 부부의 이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은 3만9000건으로 전체 이혼의 41.7%이며,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자녀가 1명인 경우의 비중은 22.1%, 2명은 16.3%, 3명인 경우에는 3.1%로 자녀 유무와 수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반대로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구성비는 54.9%로 10년 전 대비 7.9%p 증가했다.
출산율 하락에 따라 자녀를 두지 않은 부부가 늘어나면서 황혼 이혼 대신 이른 '새벽 이혼'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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