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없는 로봇청소기로 시작한 에브리봇… AI로봇에 도전한다
2023.03.20 15:06
수정 : 2023.03.20 15: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바퀴없는 물걸레 로봇 청소기로 유명한 에브리봇이 올해 경기불황을 뚫고 성장하기 위해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정우철 에브리봇 대표는 20일 파이낸셜뉴스와 성남 분당 본사에서 만나 로봇청소기 신제품으로 단기, 서빙로봇과 물류로봇 시스템으로 중장기, 보다 똑똑한 로봇으로 장기 성장을 노린다는 전략을 밝혔다.
정 대표가 로봇을 업으로 삼은지 17년. 국내 로봇산업 태동기부터 일을 시작해 잔뼈가 굵었다.
■R&D로 다음을 준비한다
에브리봇은 로봇청소기가 현재의 캐시카우라면 AI로봇과 로봇 시스템을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길이라고 봤다.
에브리봇은 외부 투자없이 시작해 순수 로봇으로만 매출을 올리고 그 수익으로 재투자하는 등 국내에서는 드문 선순환구조를 가진 로봇기업이다. 에브리봇은 이를 기초로 AI 사물인식, 환경인식 R&D를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정 대표는 "머지 않아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빙 로봇과 물류 이송 로봇 쪽으로 2021년에 검토한 뒤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직접 로봇을 만드는게 아니라 시스템 구축이다. 기존 서빙 로봇은 기본 표준모델 시스템에 맞춰 식당 등에 보급하고 있지만, 에브리봇은 연구개발 인력이 있어 시스템 소프트웨어나 디자인을 개발해 보급한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서빙로봇 몇 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게 한다든지, 물류이송로봇을 병원에 배치하는 식이다.
■바퀴없이도 정밀한 제어
정 대표는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본 사람은 없다"면서 "한 고객이 구매해 사용하면 친지들과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구매를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그만큼 에브리봇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브리봇의 대표제품인 물걸레 로봇 청소기 '쓰리스핀'은 바퀴없이 구동하면서도 주행 제어 기술이 뛰어나 정확하게 움직인다. 또 청소할 공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위치를 찾아내는 매핑 기술이 뛰어나 자율 이동기술 품질이 상당히 높다.
정 대표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3'에 '쓰리스핀'을 들고 참가했다. 물걸레 로봇청소 제품군이 에브리봇 밖에 없다보니 관람객들이 신기해 하면서 발길을 멈추고 쓰리스핀 시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사람 생각 읽는 AI 목표
2021년에 설립한 에브리봇 연구소에서는 AI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소 R&D의 최종 목표는 똑똑한 로봇이 사람과 대화, 즉 사람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AI를 심겠다는 것이다. AI칩 개발을 위해 에브리봇은 이스라엘 기업 '이뉴이티브'와 2021년 하반기부터 교류해왔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물 인식, 상황 인지를 할 수 있는 AI 모듈 개발에 들어가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말 '한국·이스라엘 라이트하우스 프로그램' 사업에 선정됐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사업비가 800만 달러로 이 중 정부가 70% 지원해준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얘기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에브리봇은 이 사업으로 고성능·저비용 콤팩트 AI 프로세싱 모듈, 실시간 통합 데이터 수집 및 AI 상황인지 기술 등의 AI 기술이 탑재된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에브리봇은 서비스 로봇시장의 입지를 강화하고, 국내외 중소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과 인프라를 제공해 국내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로봇이 더 영리해져"
정 대표는 올해 전망에 대해 "사회적 분위기상으론 로봇에 대한 이슈가 상당하고 실적없이 꿈에 부풀어 올라있다"고 지적했다. 또 "실물 경제는 하락곡선에 접어들어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에브리봇은 이번에 신제품을 잇따라 출신한다. 쓰리스핀의 후속 모델이 4월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흡입형 로봇 청소기를 상반기중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이를 통해 좀 더 다양한 가격대별, 기능별 라인업으로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로봇이 10년 넘게 차세대 시장이라는 '희망고문'을 이어왔던 원인을 '기대 이하의 성능'으로 지목했다. 정 대표는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고 쓸만하다고 느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즉 로봇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로봇이 더 영리해져야 된다는 의미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