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시대… "문 열고 손해 보느니 폐점하겠다"

      2023.04.03 18:30   수정 : 2023.04.05 09:01기사원문
"봄꽃이 피면서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맥주, 아이스크림, 파우치 음료 매출이 올라와야 맞는데 전혀 그럴 기미가 없다. 맥주 세일을 해도 더 저렴한 소주만 찾고, 아이스크림 손님은 맞은편 아이스크림 할인점(아할)만 찾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아할처럼 무인영업으로 전환하든지, 문을 닫든지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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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원룸촌'에서 편의점을 2곳을 운영하는 A씨(48)는 "최저임금이 내년에는 시간당 1만원을 넘는다는 말이 있는데, 5인 이하 업종에 차등적용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경우는 영업을 할수록 손해가 나게 된다"며 우려했다. A씨는 이미 다른 매장을 관리하는 고용점주 1명의 월급이 그 매장에서 자신이 가져오는 순수익보다 높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3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최임위는 늦어도 이달 중순께 첫 전원회의를 열고 이 안건에 대한 본격 심의에 들어간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주요쟁점은 △최저임금 사상 첫 '1만원' 돌파 여부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 2가지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1만원까지는 이제 3.95%(380원) 남았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13일 97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소속 조합을 대상으로 전 산업 평균 임금인상률 요구안을 발표했다. 당시 올해 최저임금 시급 9620원보다 9.1%(875원) 오른 1만495원을 요구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1.6%, 소비자물가 상승률 3.5%, '물가 폭등에 따른 실질임금 보전분' 4.0%를 더해 책정한 금액이다. 상대적으로 덜 과격한 한국노총이 9%대 인상을 요구한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의 제시안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노량진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B씨(62)는 "코로나 유행을 거치면서 저녁 시간대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러 오는 손님 수가 정말 90% 이상 줄었다"며 "그나마 점심장사가 회복되면서 사람을 고용해 쓰고는 있지만 저녁장사가 회복될 기미가 없는 데다 임금까지 계속 오른다면 결국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점심 매출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국면 회복기미를 보였지만 밀가루·채소 값, 가스비 인상에 못 견뎌 가격을 1000원 올렸는데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식당뿐이 아니다. 최저임금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편의점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편의점주 등 자영업자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자에게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적용하는 방안을 국무조정실과 국회는 물론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21년 자영업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제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자영업이 무너지면 우리 가정경제가 중병을 앓게 된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이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외식업 프랜차이즈기업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도 "수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기면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유행시기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차등임금제를 도입하고 임금을 동결해야 파산 지경에 놓인 소상공인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6월 말까지 제출이 원칙이지만 최임위가 법정 시한을 지킨 적은 거의 없다. 지난해의 경우 8년 만에 가까스로 시한을 지켰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미숙련·저연령 노동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생활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해야 한다'는 노동계 입장과 '경기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경기상황을 감안해 동결해야 한다'는 경영계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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