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갑자기 실신' 연기해 약 처방받자..브로커 "굿, 군 면제"
파이낸셜뉴스
2023.04.04 07:42
수정 : 2023.04.04 17:09기사원문

지난 3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이후로 계속해서 병역을 미뤄왔다. 그러던 중 2021년 2월쯤 라비의 소속사 김 대표가 병역 브로커 구모씨(47)를 알게됐다.
김 대표는 라비의 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두고 구씨와 면담했다. 구씨는 이 자리에서 라비가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때부터 라비는 구씨로부터 받은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행했다.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선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라비는 외래진료에서 의사에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등 거짓말을 해 뇌파 및 MRI 검사 일정을 잡았다.
그해 4월 라비와 김 대표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치료나 약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해 김 대표가 구씨에게 연락하자, 구씨는 "약 처방 해달라고 해. 만약에 또 그러면 멘탈 나가고 음악생활도 끝이다, 아니면 진료의뢰서 끊어달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에게 '약 처방을 해달라'고 요구해 결국 약물 치료 의견을 받아냈다.
이후에도 약을 추가 처방받은 라비는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다. 구씨는 김 대표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 받고는 "굿, 군대 면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라비는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 뇌전증 약을 복용해 소변검사를 대비했다. 소변검사에서 적절한 약물 농도가 검출되게 해 진짜로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내기 위한 것이다.
결국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그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와 김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브로커 구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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