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반기부터 전략비축유 다시 채워...유가 더 오를 수도
2023.04.13 15:23
수정 : 2023.04.13 15: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를 내리기 위해 전략비축유(SPR)를 대량으로 시장에 풀었던 미국이 올해 하반기에 다시 석유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유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할 때 석유를 매입해 예산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인데 최근 중동의 감산에 이어 미국의 대량 매입까지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 상승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은 과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973~1974년에 미국으로 가는 석유 수출을 막은 이후 비상시를 대비해 SPR를 조성, 전국 각지에 비축해 두었다. 미 정부는 이후 유가 조정이 필요하면 SPR을 팔거나 비축해 시장에 개입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1억8000만배럴의 SPR을 시장에 팔겠다고 선언했으며 올해도 상반기에 2600만배럴을 추가로 방출하기로 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3월 31일 기준으로 미국 SPR 재고는 3억7120만배럴로 1983년 11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랜홈은 “우리는 SPR을 다시 채우려고 한다”며 “우크라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재고 수준으로 재비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석유 매입 속도는 방출 속도에 비하면 매우 느리겠지만 매입 자체는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그랜홈의 발언이 알려지자 전일 대비 2.12% 상승한 배럴당 83.26달러에 장을 마쳤다. WTI는 지난 이틀 연속으로 올랐으며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거래 역시 전일 대비 2.01% 상승한 배럴당 87.33달러에 마감됐다.
앞서 미 정부는 자국 내 석유 가격이 배럴당 67~72달러 수준이 되면 다시 석유를 사들여 SPR를 비축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유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 미국 내 셰일 석유 산업을 도우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미 시장조사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상무이사는 미 정부의 석유 구입 계획이 결국 유가에 따라 흔들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에너지부가 석유 매입을 예고했는데 사실 그랜홈은 저렴한 가격을 찾고 있다”며 “보험에 드는 최악의 시기는 진짜 보험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OPEC 국가들이 지난 2일 갑작스럽게 석유 감산을 선언한 직후에 나왔다. 외신들은 ‘탈석유’ 경제 건설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우디가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중순에 배럴당 60달러 중반까지 내려갔다.
FT는 사우디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해당 가격대에 SPR 비축을 예고했지만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랜홈은 지난달 의회 발언에서 “우리가 지금 유가 상황에서 이익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이후 유가는 더 떨어졌다. 관계자는 사우디가 미국의 SPR 비축을 기대했으나 미국이 행동에 나서지 않아 실망했다며 미국의 태도 역시 사우디의 감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