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점 통장 휴지됐다”...당첨 더 멀어진 4050
2023.04.15 14:00
수정 : 2023.04.15 15: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청약 가점을 열심히 쌓았는데 무용지물이 된 느낌입니다. 가점제 물량이 확 줄면서 당첨 가능성이 더 줄었습니다. 4050세대는 소외된 기분입니다”
두 아이를 둔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분양된 단지의 청약 결과를 보고 허탈해 했다.
정부가 지난 1·3대책을 통해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가운데 가점을 쌓아온 4050세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추첨제 확대...금수저 2030, 강남도 입성 가능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청약제도를 보면 추첨제 물량이 확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우선 비규제지역의 경우 가점제 물량보다 추첨제 물량이 훨씬 많다. 전용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100%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규제지역서도 추첨제 물량이 늘었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당초 전용 85㎡ 이하는 가점제 방식으로 100% 공급됐다. 그 이상은 가점 50%, 추첨 50%로 배분됐다.
하지만 4월부터 추첨제 물량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 60㎡ 이하 60%, 60㎡~85㎡ 이하 30%, 85㎡ 초과 20% 등으로 바뀌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도 규제지역과 마찬가지로 추첨제 물량이 늘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금수저 2030도 규제지역인 강남의 아파트를 추첨으로 분양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규제지역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차익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확 줄어든 가점제...치솟는 당첨가점
정부는 청약제도를 개편하면서 가점이 높은 4050세대도 배려했다. 규제지역 내 전용 85㎡ 초과에 대해 가점 비중을 높인 것이다.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청약제도를 보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 85㎡ 초과 가점제 비율은 80%다. 전에는 50%였다. 조정대상지역도 가점제 비율이 50%(이전 30%)로 상향 조정됐다.
문제는 새 청약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규제지역이 대부분 해제되면서 나타났다. 가점제 확대 혜택을 받는 지역이 서울 강남 3구와 용산만 남은 셈이다. 이들 지역은 실수요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다.
결과적으로 가점제 물량이 줄면서 당첨 가점은 더 상승하는 분위기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3~4월 서울 청약 단지에서 가점제 기준 당첨 가점 커트라인이 40~60점 대를 형성했다.
최근 당첨자 발표를 한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청약 당첨 가점 최저점은 57점이었다. 앞서 지난달 당첨자 발표를 한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청약 당첨 가점 최저점이 63점 이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4050에게 '더 넓은 주택'이 필요할 것이라며 청약제도를 개선했으나 오히려 더 넓은 주택을 분양 받을 기회는 전보다 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