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짠내투어지만 할 건 하고, 볼 건 보고..."

      2023.04.15 15:03   수정 : 2023.04.15 16: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티웨이항공 금요일 오후 7시35분 비행기를 타고 방콕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11시17분이었다.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고민했던 날이 첫날 일정이었다. 짐을 찾고 방콕 시내로 이동하려면 택시를 타고 호텔을 예약해 1박을 해야 한다.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지는 파타야였기 때문에 이튿날 파타야로 이동하려면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방콕 버스터미널에 가서 다시 파타야행 버스를 타야 했다. 주식 계좌를 열어보고 마음을 다잡은 뒤 첫날은 돈을 아끼는 대신 몸으로 때우기로 결정했다.





■공항에서 노숙하고, 핸드폰은 고장나고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은 공항에서 자고 토요일 아침일찍 파타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수완나폼 공항에서 짐을 찾고, AIS 통신사 부스에서 현지 유심침을 사기로 했다. 8일 무제한 데이터가 약 300밧(1만2000원)정도였는데 현지 유심칩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마트폰이 현지 유심침을 인식하지 못했다. 여러번 시도했지만 스마트폰의 이상인지 기존에 잘 작동하던 한국 유심침도 인식하지 못했다. 걱정이 밀려왔다. MBTI 네번째 글자가 전형적인 'P'로 별다른 계획없이 구글맵과 당일 치기 계획에 의존해 '그랩'과 '볼트'로 차를 잡아 이동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이 먹통이면 모든 일정이 엉망이 될것이기 때문이었다.

공항터미널의 와이파이를 활용해 파타야에 있는 삼성서비스 센터를 검색하고 지도화면을 캡처해 따로 저장했다.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공항에 있는 벤치에서 잠을 잤다. 백팩을 머리에 베고, 작은 캐리어는 가랑이에 끼운채였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6시30분에 공항에서 파타야로 출발하는 버스표를 샀다. 수완나폼 공항 1층 8번 게이트에 있는 주황색 간판의 매표소로 티켓 가격은 143밧(6000원) 정도로 저렴했다.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약 2시간 뒤에 파타야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내려 미리 표시해둔 파타야 삼성전자AS 센터까지 이동했다. 이제 문을 연 AS센터에서 문제를 설명하고 스마트폰을 맡기자 잠시 뒤에 직원이 나를 불러 유심침의 문제가 아닌 메인보드의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시내에 있는 대리점에서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아 '그랩'과 '볼트'도 사용할 수 없고 택시도 잘 다니지 않는 위치라 캐리어를 끌고 호텔로 향했다. 중간에 택시 한 두대가 지나쳐 가긴 했지만 그냥 걸어 가기로 했다. 약 30분 정도 걸어 미리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파타야 비치 로드에 인접한 '마이크 비치 리조트'라는 곳으로 1박 숙박 요금은 3만원 후반 정도였다. 다양한 호텔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 처음에 이틀만 예약했지만 캐리어를 끌고 이 호텔 저 호텔 옮기는 것도 번거로웠기 때문에 매일 하루씩 연장하며 총 4일을 묵었다. 이틀 차에 호텔 프론트에 현금으로 결제하는 금액을 물어봤는데 아고다 앱을 통해 예약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불러서 체크 아웃 전날 앱을 통해 하루씩 연장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가장 가까운 쇼핑센터인 센트럴 페스티벌 파타야로 향했다. 처음에 AIS 대리점에 갔으나 최소 요금제가 30일 이상부터라고 해서 다른 통신사인 DTAC에 갔다. 8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299밧(1만2000원) 정도였다. 다행히도 이곳에서 새 유심칩을 끼우자 스마트폰이 정상 작동했다. 역경 없이 유심침이 정상 작동했다면 별일도 아니지만 최악의 여행이 될 수도 있었는데 유심침이 잘 작동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디파짓 야시장과 수상시장 투어
첫날 장시간의 비행과 공항 노숙의 후유증으로 호텔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몸이 피곤했다. 샤워를 하고 유튜브를 보며 앞으로의 여행 일정과 계획을 대략적으로 정했다. 보통 하루에 한 가지 정도 꼭 할 일을 정하고, 나머지는 해당 일정 근처에서 추가하는 식으로 계획을 짰다. 첫 날 밤은 파타야에서 유명한 '데파짓 야시장'에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도보 약 20~30분 거리로 시내도 구경할 겸 구글 맵을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비치로드를 따라 가는 길에 다양한 색의 페인트를 뒤집어 쓴 사람들을 여럿 지나쳤는데 '페스티벌 오브 컬러'라는 이벤트가 진행중이었다.

데파짓 야시장은 먹거리의 천국이었다. 태국 열대 과일을 비롯해 다양한 튀김, 초밥, 꼬치, 국수, 일본식 덮밥 등 없는 게 없었다. 야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여사장님 중에는 미인으로 유명해 이미 국내 여행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몇 번 소개된 곳도 있었다. 파타야 일정 중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파타야 치킨 여사장'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한 치킨 가게는 방콕에서도 영상을 찍으러 여러 유튜버가 다녀갈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야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볼트 앱'으로 오토바이를 불러 호텔에 도착했다. 샤워를 하고 맥주를 한잔 할 생각이었으나 첫날 노숙의 후유증으로 오후 9시도 전에 잠이 들었다.


둘째날은 파타야 수상시장을 찾았다. 파타야에 있는 동안 이동은 모두 '볼트 앱'을 이용했다. 그랩과 비교해 조금 더 쌌다. 파타야 수상시장은 특이하게도 입장료 200밧(8000원)을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수상 시장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닥터피시 마사지였다. 100밧(4000원)에 시간 제한 없이 닥터피시 마사지를 받는 것. 무릎 높이 정도의 의자에 앉아 앞에 놓인 커다란 어항에 발을 넣으면 수백마리의 닥터피시들이 각질을 뜯어 먹는다. 이미 죽은 피부이므로 아프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매우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한동안 발을 넣고 가만히 있다가 발바닥 쪽의 각질도 뜯어 먹을 수 있도록 중간에 잠깐 발을 들고 있기도 했다. 이후 수상시장을 구경하며 코끼리 바지를 사고, 눈에 띄는 간식을 먹고 한동안 시장을 둘러봤다.


파타야 수상시장을 나와 바로 근처에 있는 타이거 파크로 걸어서 이동했다. 도보 약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수상시장과 함께 타이거 파크 일정을 같이 잡는 경우가 많다. 타이거 파크는 크게 호랑이와 사진을 찍고 만지는 체험, 작은 트레인 버스를 타고 파크를 도는 2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호랑이를 만지고 사진을 찍는 체험의 경우 호랑이가 어릴 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호랑이 만지기 체험의 경우 대기줄이 길어 350밧(1만4000원)을 주고 투어 카트를 탔다. 카트를 타고 파크를 한 바퀴 돌며 여러 마리의 호랑이를 볼 수 있었다.



호랑이 파크를 나와서는 인근에 있는 '언더워터월드' 아크아리움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입장료를 결제하는 것보다 액티비티 중개 앱인 '크룩'을 통해 예약하는 편이 더 저렴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나 한화 아쿠아리움 등 한국과 비교하면 굉장히 낡았고 규모도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초거대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고, 초대형 아쿠아리움에서 다이빙복을 입은 직원이 대형 어류에 먹이를 주는 장면을 직접 보는 것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이날 저녁은 파타야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인 '스카이 갤러리'에서 해결했다. 바다와 접해 있는 절벽 위의 레스토랑 같은 곳으로 현지 식당과 비교해 가격은 좀 비싼 편이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스카이 갤러리' 바로 옆에 있는 인어공주 컨셉의 레스토랑 '3 Mermaids'도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는 파타야 인근에 위치한 '하드락카페'에서 맥주와 함께 간단한 안주를 먹으며 라이브 음악을 들었다. 아는 노래가 나와 적당히 호응을 해줬더니 가수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흥을 돋아 주었고 팁으로 100밧(4000원)을 주니 다음 노래를 부를 때도 우리쪽을 여러번 쳐다봤다.
옆 자리의 중년 백인 커플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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