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골드만이 문제 아냐'…지하철 9호선도 '닭장철'
2023.04.19 06:00
수정 : 2023.04.19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늘 공중부양한 상태였어요."
회사원 이모씨(28)는 서울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국회의사당역 구간을 이용해 출퇴근했던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원래 일반 열차를 타야 하는데 인파에 휩쓸려서 급행 열차를 탄 적도 있다"며 "열차 안에서도 사람들을 헤집고 나올 수 없어 내려야 할 역에서 내리지 못한 적도 많다"고 했다.
최근 김포골드라인에서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가 지속되면서 지하철 인파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의 1.9배까지 타기도
18일 2021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서울지하철 9호선의 최대 혼잡도는 185%를 기록했다. 혼잡도는 지하철 한칸(60.84㎡)의 정원 160명을 기준으로, 160명이 타면 혼잡도 100%로 계산한다. 185% 정도는 한 칸당 296명이 탄 셈이다.
특히, 최근 승객이 호흡곤란을 호소해 119가 출동하기도 한 김포골드라인이 서울지하철 9호선과 연결돼 있어,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해 서울로 출근한 승객들이 지속해서 혼잡하고 위험한 열차를 이용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사람이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승객들의 목소리도 컸다.
오전 7시-오전 7시20분 사이에 여의도역에서 9호선 환승하는 50대 직장인 C모씨는 "거의 15분간 신논현역까지 콩나물시루처럼 앞뒤로 겹겹이 쌓여있다"며 "연쇄적으로 밀리다 보면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몸통이 조여와 숨쉬기가 버거운 일도 잦다"고 했다.
여의도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고모씨(28)는 고속터미널역 부근에서 퇴근하면서 하마터면 부상을 당할 뻔했다. 그는 "열차가 출발하면서 갑자기 움직여 중심을 잃은 사람들이 우르르 밀렸던 적이 있다"며 "나도 함께 넘어졌으면 그대로 깔릴 뻔했다. 체구도 작은 편이라 그때는 진짜 무서웠다"고 전했다.
■급행 열차 운행 대수 늘릴 수밖에
이에 대해 전문가는 9호선 급행 열차 운행 대수를 늘리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분석했다.
고준호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는 "9호선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급행 열차가 있기 때문"이라며 "급행 열차 운행 대수를 늘리는 방법밖에는 혼잡도를 낮출 방법이 없다"고 했다. 특히, 서울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 교통수단 가운데 올림픽대로를 통과하는 버스 또한 교통이 혼잡해 시민들이 지하철 급행열차를 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올림픽대로를 통과하는 버스 전용차로를 만들지 않는 이상 9호선 자체적으로 승객들의 수요만큼 열차 운행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오는 2024년 초까지 신규 전동차 8대를 추가 투입해 운행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9호선은 현재 6칸 차량 45편이 운행되고 있다. 승강장은 8칸에 맞춰 지어졌지만 지하철 운행 핵심 신호, 설비 등이 6칸으로 설계돼 있어서다. 서울시 측은 지난해 보도자료를 통해 8칸 운영보다는 6칸 열차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전동차를 증편하겠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하철 운행 신호 시스템과 설비를 8칸 차량에 맞춰 모두 바꾸는 공사를 진행할 경우 2032년에나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계산했다.
서울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내부 논의에서는 당초 2024년 상반기까지 열차를 증편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최대한 앞당겨 2024년 초까지 열차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혼잡한 주요 역에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비상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일반 열차로 승객을 유도하는 홍보와 안내방송을 진행하는 등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