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낙태 못했어요"...갓 출산한 아이 숨지게 한 20대 부모

      2023.04.25 07:48   수정 : 2023.04.25 14: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갓 출산한 아이를 숨지게 하고 사체를 숨긴 20대 부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최태영 정덕수 구광현 부장판사)는 영아 살해 및 사체 은닉 혐의로 기소된 친모 이모 씨(22)와 친부 권모 씨(21)에게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1년 1월11일 서울 관악구 집에서 아이를 출산한 직후 살해하고, 사체를 가방에 담아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이씨와 권씨는 경찰 내사 단계에서 아이를 사산했다고 진술했으나 119 신고 기록과 심폐소생술 흔적이 없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검찰이 보완 수사를 벌인 끝에 이들의 범행이 발각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임신 중 경제적 능력 부족 등으로 낙태를 마음먹고 산부인과를 찾았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살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고향 선산에 묻어주고 장례를 치를 예정이었다"며 사체를 은닉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씨가 여러 차례 "아이를 출산하면 죽인 후 고향 집 야산에 묻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이러한 말을 듣고도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권씨 역시 방조범이 아닌 공범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울음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사실을 온 힘을 다해 알린 아기가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보호자인 부모에게 살해당했다"며 "친부모의 양육 의지나 능력에 따라 아이의 생사가 결정될 수 없고, 이 세상에 죽여도 된다거나 죽는 것이 더 나은 아이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아이의 사체는 은닉됐고, 이후 누구도 인수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외면당했다"면서도 "살해 전 미혼모 센터 입양을 알아본 데다 어려운 경제 여건 및 불안정한 심리상태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의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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