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그림에 스프 끼얹더니.. 로마 분수에 ‘먹물 테러’ 자행한 환경단체
2023.05.08 07:30
수정 : 2023.05.08 09:32기사원문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로마의 피우미 분수가 검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가 과격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분수에 ‘먹물 테러’를 자행한 것이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단체에 소속된 활동가 4명은 6일(현지시간) 오후 로마 나보나 광장 중심부에 위치한 피우미 분수에 들어가 검은 액체를 뿌렸다.
이들은 검게 물든 분수대 위에서 “우리의 미래는 이 물처럼 어둡다”며 “우리는 정부에 온실가스의 원인인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와 보조금 지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피우미 분수는 이탈리아 예술계의 거장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이 분수는 갠지스강, 나일강, 도나우강, 라플라타강을 상징하는 4명의 거인 조각으로 장식돼 있으며, 트레비 분수 못지않게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로마의 명물이다.
한편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지난달에도 로마 스페인광장의 스페인 계단 입구 중앙에 위치한 바르카치아 분수를 검게 물들인 바 있다.
이들은 로마 중심가에서 반나체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화석연료 중단”이라고 적인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이 단체는 지난해에도 어려 차례 과격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해 7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우피치 미술관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 ‘프리마베라’(봄)의 보호 유리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붙여 고정한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로마 보나파르테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 작품에 야채수프를 끼얹기도 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 등 여러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평범한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논리로 과격 시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이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