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김우빈 "잊지 않고, 익숙해지지 않을래요"

      2023.05.18 05:00   수정 : 2023.05.19 12: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꾸준히, 성실히 지킨다는 의미니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의 주역 김우빈(34)은 14~15년째 감사 일기를 쓰고 있다.

"감사를 배우는 아이는 좌절을 이겨낸다.

" 미국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의 말이다. '감사 요법'을 제안한 그는 설령 ‘현실이 노답’이라도 감사할 것을 일부러 찾아 감사 일기를 쓰면 세로토닌(우울증 치료제 효과)과 도파민(동기부여 효과)이 분비돼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갖게 된다고 했다.


김우빈은 어떻게 감사 일기를 쓰게 된 걸까? 지난 2017년 '승승장구'하던 그를 갑작스레 멈춰 세웠던 비인두암을 극복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데는 이 감사 일기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김우빈은 1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스무살 모델로 데뷔한 후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어플에 쓰는데 예전에는 눈에 보이는 곳에 썼다”라고 돌이켰다.

“당시 제가 가진 능력보다 큰 일을 많이 맡겨줬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와 지금 다른 것이 있다면 “옛날에는 거창한 것 위주로 썼다”고 비교했다.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거나 광고 계약을 하는 등 큰 사건 위주로 썼어요. 지금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일상의) 놓친 것들 위주로 씁니다.”

이날 ‘택배기사’는 공개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TV 순위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김우빈은 “아마도 오늘 감사일기에는 ‘택배기사’를 많이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할 것"이라며 "또 60여명의 기자들이 (저와 작품에) 관심을 갖고 인터뷰해준 일에 대해서도 쓸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었는데 햇살이 너무 좋았던 일을 쓸 거예요. 제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해가 쨍쨍하면 컨디션이 좋거든요."

"하루 세 끼 다 먹은 것, 마음 불편한 게 없었던 하루...이런 소소한 것들을 감사일기에 씁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별일이 없음이 감사하더라고요. 내 주변 사람들도 별일없이 무탈하게 잘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투병하던 당시에는 어땠을까? 김우빈은 “그때도 별일 없었던 하루가 좋았습니다. 점점 좋아지는 체력에 관한 것도 쓰지 않았을까요”라고 부연했다.

앞서 한 방송을 통해 투병 이후 미래보다 현재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쉬는 날을 보내는 방법도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쉬는 날이 생기면, 계획을 많이 세웠어요. 그래야 하루를 알차게, 잘 사는 것 같았죠. 요즘에는 아무 계획을 안 세우는 날도 있어요. 평소 루틴대로 운동하거나 산책하거나 영화를 보며 보냅니다.”

김우빈은 지난 2013년 드라마 ‘상속자들’과 영화 ‘친구2’로 주목받으며 충무로 20대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했다. 영화 기술자들‘(2014), ‘스물’(2015) ‘마스터’(2016)와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2016)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비인두암에 걸려 활동을 중단했다. 약 3년 간의 투병 끝에 건강을 회복한 그는 지난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와 영화 ‘외계+인 1부’로 돌아왔다. ‘택배기사’는 김우빈이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과 두 번째 호흡한 작품이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김우빈은 전설적인 택배기사 '5-8'을 연기했다. 난민 출신 '5-8'은 난민의 희망이라 불린다. 그는 "5-8은 생각이 멋진 사람인 것 같다"며 "연기할 때도 그가 어떤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지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5-8은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인물인데, 저 또한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행복할 의무가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투병 이후 현장의 소중함이 더 커졌다는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다시 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면 투정을 부리지만, 예전보다 더 감사함을 느껴요. 내가 현장에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일이라서, 이를 잊지 않고, (이 사실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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