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17 '부채 시가평가', 부채를 자본으로 바꾸는 기업들

      2023.06.05 05:00   수정 : 2023.06.05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으로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조달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IFRS 17의 골자는 부채를 시가평가를 하는 것이다. 부채를 시가평가하게 되면 떨어진 채권 가격의 손실이 그대로 재무제표에 반영이 돼 기업들로서는 자금확충이 시급해졌다.

이에 금융지주, 은행, 보험사들은 공, 사모 채권시장에서 자본성증권 발행을 쏟아내고 있다.

IFRS17, 금융사의 자본 늘리기 전쟁…"신종자본증권 발행"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이달 19일 공모채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최대 1500억원 어치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 예정일은 같은달 26일이다. 금리밴드는 연 4.90%~연 5.80%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푸본현대생명도 오는 8일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준비한다. 발행 예정일은 같은 달 16일로 금리 밴드는 연 6.50~7.30%를 제시할 예정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5월 31일 연 5.3% 금리에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연 5.14%에 4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3월 연 8.0%에 후순위채 200억원어치를 찍은 지 두 달 만인 5월 30일 후순위채 50억원어치를 추가 발행했다. 이번 발행한 후순위채 표면이율 역시 연 8.0%에서 결정됐다.

신종자본증권 조달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IFRS 17 및 재무건전성 지표(K-ICS)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크게 증가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1조3500억원으로 전년(2021년) 대비 2.6배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4분기 중 발행된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74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발행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가용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 발행도 2021년 2조4000억원, 2022년 2조7000억원으로 점차 증가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후순위채 발행규모) 이는 과거 평균 발행치의 약 2배 수준"이라며 "자본확충을 위해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기간에 맞춰 콜옵션을 행사한 후 다시 재발행하려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기업과 채권시장 신뢰를 깎아내릴 수 있는 만큼 금리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콜옵션 행사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주가+떨어진 채권가격, CB 투자자도 신중 …'차환 리스크 공포'

새로운 IFRS 17 전면 적용은 전환사채(CB)로 자금 숨통을 트여가던 기업에 공포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차환리스크를 가져와 디폴트(채무불인행) 상황에 놓일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B 발행 기업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면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채권으로 남아 있게 된다. 그 동안에는 기업 가치가 떨어져 유통시장에서 CB 가격이 낮아질 경우 재무제표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단 장부가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CB를 시가평가로 반영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평가손실로 잡히고 이는 당기순이익에 악재다.

당연히 CB에 투자한 기업들 재무제표에 '비상'이 걸린다. CB 가격이 고스란히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만큼, 기관, 기업들로서는 CB 투자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만큼 특별한 주가 부양 모멘텀이 부재한 기업들은 CB 차환 리스크에 봉착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점증되고 있다.

한편 CB 잔액은 5월 말 기준 약 27조1383억원이다. CB는 통상 비우량한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들이 발행해 비우량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공모채 발행이 힘들거나 출자 방식으로 CB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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