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알프스 빙하에 37년 전 실종된 산악인 유해 발견됐다
2023.07.30 08:40
수정 : 2023.07.30 08: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후변화로 인해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수십 년 전 실종된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됐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스위스 체어마트 위의 테오둘 빙하에서 37년 전 실종된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됐다. 시신은 당시 빙하를 지나던 등반가들에 의해 발견됐는데 이 산악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등산화와 아이젠도 함께 발견됐다.
유전자 분석 결과 시신의 주인은 지난 1986년 실종된 독일인 등반가 A씨로 정확한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실종 당시 A씨의 나이는 38세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 당시 대대적인 수색과 구조 작전이 펼쳐졌으나 A씨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테오둘 빙하는 알프스 전역의 다른 빙하와 마찬가지로 최근 몇 년 동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체어마트의 유명한 연중 스키장으로 알려진 테오둘 빙하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르너 빙하와 연결돼 있었으나 지금은 분리된 상태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과거 눈 속에 파묻힌 사고의 흔적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지난해에는 알레치 빙하에서 1968년 추락한 비행기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고, 2014년에는 1979년 실종된 영국인 산악인 조너선 콘빌의 시신이 마터호른 산악 대피소에 보급품을 배달하던 헬리콥터 조종사에 의해 발견됐다. 이듬해에는 1970년 눈보라 속에 실종된 일본인 등반가 2명의 시신이 마터호른 빙하 가장자리에서 발견된 바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국경지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통상적으로 국경선은 해빙수가 흐르는 유역 분수계(하천의 유역을 나누는 경계)를 따라 형성돼 있지만 빙하가 줄면서 분수계의 위치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위스와 이탈리아 정부는 국경선을 두고 미묘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위스 빙하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름 과학자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빙하가 줄고 있다"며 "이 속도라면 금세기 말에는 거의 모든 알프스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BBC는 올여름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빙하 전문가들의 예측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