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라는 분양·전세사기범의 좋은 먹잇감'..관리 사각에 놀아나는 세입자

      2023.08.08 06:00   수정 : 2023.08.08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지난 2020년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30평대 빌라 1채를 구입한 A씨. 하지만 A씨는 결국 분양사기범이 쳐놓은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분명 잔금 1억여원까지 분양주 B씨에게 지급했지만, 해당 물건의 등기부등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았다. A씨는 매매거래를 체결할 때 공인중개업 자격증을 지닌 전문인력을 거치지 않았다.

당시 분양주 B씨는 A씨에게 "공인중개사 등을 거쳐 계약하면 '복비(부동산 중개료)'가 들어가니까 그냥 나와 계약하자"라며 "싸게 주택을 매매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찬스냐"라고 솔깃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공인된 부동산중개인 없이 거래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A씨가 분양받은 빌라가 전체 세대수가 30세대도 되지 않는 이른바 '꼬마빌라', 즉 주택법에 적용받지 않는 주택이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를 대상으로 한 범죄
주택법에 적용받지 않는 주택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공인된 방법이 아닌 사적인 방법이 적용되면서 분양·전세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에 주택법 적용 유무를 떠나 주택 거래의 정보의 투명성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 같은 전세사기 실태와 동향 등을 반영해 재발방지대책을 담은 관련법안을 발의해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8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분양사기와 전세사기 등 주택을 대상으로 한 상당수의 사기 범죄가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가 서로 공모해 갭투자를 유도하는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는 1322건으로 2895명의 전세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중 불법중개를 한 공인중개사가 48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대행업자로부터 전세사기가 일어날 수 있는 배경에는 현행 제도의 미비점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제도는 주택법에 따라 30세대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는 분양대행업자만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30세대 이하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주택·연립주택 등)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을 분양하는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관리 규정은 따로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주택법 적용 유무를 떠나 사실상 모든 주택에 대한 실질적이고 더 강력한 세입자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가 책임지고 분양·전세 거래 인증해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돼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초 '건축물의분양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등록사업자나 법인인 공인중개사만 일정한 부동산에 대한 분양대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게 골자다.

개정안은 또 분양사업자나 법정 분양대행업자는 부동산에 관한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제공해 분양을 유인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함으로써 부동산 거래의 전문성과 건전성을 제고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박정하 의원은 “분양대행업에 관한 제대로 된 관리규정이 없다 보니 사각지대에서 소비자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분양대행업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제도권에서 규율하여 제2의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국민의 재산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게 됐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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