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위기 한국 전이 막을 비상 대책 세워야
2023.08.18 15:02
수정 : 2023.08.18 15: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국 경제가 심상찮다. 위기의 진앙인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챕터 15는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지급불능 상태를 다루는 파산 절차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상황은 도미노 붕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형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에 이어 국유 부동산 기업인 위안양(遠洋)까지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부동산 신탁회사 중룽(中融)국제신탁도 한화 약 64조 원의 만기 자금 지급을 미뤘다. 부동산 추락이 금융위기로 번지면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질 수 있다. 벌써 금융그룹 중즈(中植)가 유동성 위기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중국의 소비·생산·투자가 모두 부진에 빠져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아직도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다. 코스피 지수는 2500선을 위협하고 이으며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사이 80원 가까이 올라 연고점을 돌파했다. 10년 물 미국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3%를 넘어섰다. 국내 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잖아도 다른 나라들보다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는 중국발 쇼크로 설상가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연일 회의를 열고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없다. 규제완화와 수출 금융 지원, 시장 다변화 등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들을 어제 팔던 물건을 오늘 다시 시장에 내놓듯 펼쳐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수개월이 지났다. 경제난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여서 국민들은 경제팀을 믿고 견뎠다. 정부는 '상저하고'라는 달콤한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이제는 무슨 말을 할 텐가. 경제가 깨어나고 있는데 중국 때문에 예상이 빗나갔다고 할 건가.
한국이 대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추월당한 데 이어 올해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게 뒤질 것이라고 한다. 여건이 비슷한 이웃한 세 나라 가운데 우리만 뒤처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식상한 레퍼토리만 반복하지 말고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릴 단기 대책부터 중장기적인 방안까지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으로 뛰며 문제를 찾아내고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야 한다. 혁신이 서류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기왕에 발표한 정책들도 수없이 많다. 그많은 정책들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진척도를 공개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에 있다. 그 위기감을 공무원들만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