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산 '쿠데타 벨트'
2023.09.05 14:29
수정 : 2023.09.05 14:29기사원문
1800년대 아프리카는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쟁탈전이 한창이었다. 대륙을 횡단하려던 프랑스는 종단 정책으로 남하하던 영국과 갈등 끝에 아프리카 중서부를 차지하고 확장을 멈췄다. 그리고 말리, 부르키나파소, 기니, 니제르, 가봉을 비롯한 옛 프랑스 식민지들은 최근 '쿠데타 벨트'로 불리며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관리 소홀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서아프리카의 식민지들은 베트남이나 알제리처럼 유혈 투쟁 끝에 프랑스를 몰아낸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힘이 빠지자 영국연방처럼 식민지를 모아 프랑스연합을 창설했으나 유지하지 못했다. 프랑스연합은 이후 공동체로 바뀌었지만 식민지들의 독립과 이탈로 인해 1960년대 이후 와해되었다.
그러나 서아프리카의 식민지들은 독립 이후에도 프랑스에 의존했다. 이들은 2020년까지 프랑스 프랑 혹은 유로에 연동되는 '세파(CFA)프랑' 이라는 공용 화폐를 사용했다. 서아프리카 국민들은 반세기 넘게 가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현지 프랑스 기업들이 세파프랑을 이용해 천연자원을 착취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정부는 서아프리카에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 정권이 등장해도 프랑스에 우호적이고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 손을 잡았다. 정상회담을 한다면서 서아프리카 정상들을 프랑스로 부르는 식민주의적 오만함은 덤이었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사건이 '바르칸 작전'이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지대(사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5100명의 병력을 투입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현지 정부와 상의 없이 병력을 물리면서 막대한 치안 공백을 초래했다. 가뜩이나 프랑스의 행보에 분노하던 현지 주민들은 이를 배신으로 간주했고 프랑스와 협조하던 정부를 쓰러뜨린 쿠데타 군부를 응원했다. 이 틈을 타 바그너그룹 용병을 앞세운 러시아가 쿠데타 세력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결국 서아프리카에서 빗발치는 쿠데타는 허울뿐인 독립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이들은 여전히 식민지와 다름없이 홀로 서지 못했고 과거 한국처럼 힘을 기르기도 전에 열강들의 세력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