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괴로워, 몇십년은 고문이다"…'칼부림' 최원종, 언론에 편지보냈다
2023.09.11 04:50
수정 : 2023.09.11 10: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현역 흉기난동’으로 14명의 사상자를 내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최원종(22)이 한 매체에 자필 편지를 보내 사과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씨가 반성보다는 감형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9일 조선일보는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최씨가 지난 1일 ‘피해를 입은 모든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를 자사 편집국 앞으로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씨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고, 내용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원종 "부모 떠나 혼자 생활한 뒤 '피해망상' 시달렸다" 주장
최씨는 편지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고등학교 진학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자퇴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퇴 이후 부모님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아지며 대화가 단절됐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로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감을 해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남자, 여자, 노인, 어린아이 모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가담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언제든지 살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그는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저의 반성문을 읽고 흉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해보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남은 인생 동안이라도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수습하고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 "반성보다는 감형에 더 관심"
편지에는 범행을 후회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을 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부모님 말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고 썼다.
하지만 편지 내용을 본 전문가들은 최씨가 반성보다는 감형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어떤 내용을 적는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분명히 알고 자기방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인기피증을 앓아왔음을 상당 분량의 편지지를 할애해 적은 것은 심신미약을 주장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편지에 일종의 ‘영웅심리’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범인 조선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함에도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었다’거나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수습하고 좋은영향 전파하고 싶다’는 등의 글귀는 반성과는 무관한 영웅심리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