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삼국대전… 삼성전자 GAA는 '신의 한수'
2023.09.25 18:21
수정 : 2023.09.25 18:21기사원문
삼성전자가 공정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 3나노 이하 공정에서 성능·전력 소모·비용 등이 개선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최초 상용화하는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최대 난관으로 꼽힌 수율(양품 비율)도 빠르게 개선하며 기술 우위를 점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인텔도 연내 3나노 양산을 예고하는 등 TSMC가 주도해온 파운드리 판도가 내년을 기점으로 거세게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계 부딪힌 핀펫 고수한 TSMC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아이폰15 프로·프로맥스 발열 원인 중 하나로 TSMC 3나노(N3) 공정에서 만들어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7 프로' 칩셋의 제조공정 오류가 지목됐다. 양산 초기라고 해도 30년 넘는 업력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차세대 공정에 진입할 때마다 경쟁사를 압도해온 TSMC 제품이 성능저하 논란을 겪은 건 이례적이다. TSMC가 3나노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제품 출시가 시급했던 애플이 사실상 미완성 칩을 탑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TSMC의 3나노 수율은 55%가량으로 추정된다. 수율 60% 이상을 달성하며 안정권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보다 낮다.
TSMC는 기술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3나노 공정에서도 기술적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 핀펫 방식을 유지한 것이 패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기술 우위와 양산 노하우를 자신해 안정적 양산에 무게를 실었다. TSMC는 16나노부터 본격적으로 핀펫 공정을 적용해왔는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기술적 문제에 직면해왔다. 특히 4나노 공정부터는 동작 전압을 줄이기 어려웠고, 핀펫 기술로는 전류손실 및 발열 등의 한계가 뚜렷했다.
3나노부터 GAA를 도입한 파운드리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핀펫은 반도체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제어하는 게이트 접촉 면이 3면에 그치는 반면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감싸 데이터 처리속도와 전력효율을 높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시트 형태로 구현한 독자적 GAA 기술인 'MBC펫' 구조를 적용해 일반적 GAA보다 더 세밀하게 전류제어가 가능하다. GAA는 핀펫과 비교해 전성비(전력대비 성능) 측면에서 10%가량 우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에 흔들리는 파운드리 판도
3나노 양산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TSMC의 차세대 공정 양산계획도 줄줄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TSMC는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지역에 2나노(N2) 양산을 위한 20팹(공장) 완공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2나노 양산 시기도 당초 2025년에서 2026년으로 1년가량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예정대로 내년 3나노 2세대, 2025년 2나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4나노 양산 준비를 마치고, 연내 3나노 양산을 예고한 인텔의 초미세공정 도전은 파운드리 시장 구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인텔은 1.8나노급인 18옹스트롬(A)을 2025년 양산한다는 목표다. 인텔의 계획만 보면 2027년 1.4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삼성전자를 앞선다. 다만 1.8나노 양산에 필수적인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확보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현재 7나노 공정 수준에 그치며 수율 등 양산 노하우가 떨어지는 인텔의 공정 로드맵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며 "삼성전자 3나노 시제품이 주요 고객사로부터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고객사 유치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