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대신 '미주 화물' 뛴다…에어인천, 대형화물기 5대 도입
2023.09.26 11:34
수정 : 2023.09.27 16:14기사원문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국내 유일의 화물항공사 에어인천이 내년부터 대형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유력 취항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미국이다. 에어인천이 기업결합 국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은 대형 화물기 B777-300ERSF을 다섯대를 내년 3분기 말부터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에어인천은 중단거리 화물 전용기 B737-800SF 4대를 기반으로 중국, 일본, 몽골,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노선에서 운항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제주항공(089590)이 전용 화물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화물기만 운용하는 항공사는 에어인천이 유일하다.
에어인천은 지난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소시어스에 인수되며 기단 확장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내부적으로 장거리 노선에 뜰 수 있는 대형기 도입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항이 유력한 노선은 미국이다. 한미간 항공자유화 협정에 따라 운수권이 없이도 양국에서 화물을 운송하거나 양국을 경유해 제3국에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미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화물 경쟁제한 이슈가 가장 걸림돌이 되는 노선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미주 화물노선에서 대한항공(50.2%)과 아시아나항공(23.2%)의 합산 점유율은 73.4%에 달한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법무부(DOJ)가 기업결합을 막기 위해 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현지 보도도 이어졌다. 법무부는 특히 반도체 등 전략 물자 운송을 한 회사가 좌지우지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에어인천이 대형 화물기를 확보하게 되면 기업결합 과정에서 독점 우려로 노선을 내려놓는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독점 우려가 제기된 노선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것은 호재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지부진한 기업결합에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091810)에 각각 미주와 유럽 노선을 분배하고 화물기도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에어인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미주 노선에서 그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쌓아온 화주 네트워크가 견고한 만큼 신규 사업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에어인천 관계자는 "현재 미주 노선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대형기 도입은 에어인천의 주요 프로젝트(사업) 중 하나지만 구체화된 부분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