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초경쟁 시대 '우 켈리, 좌 테라'로 韓 맥주 시장 공략"

      2023.10.03 15:30   수정 : 2023.10.03 16: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청정 리얼 탄산'으로 맥주계에 상륙한 '청록 태풍(테라)'에 더해 최근 '호박색 금빛 태풍(켈리)'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테라'하면 '공유', '켈리'하면 '손석구'를 떠올리지만 두 제품은 같은 회사(하이트진로) 제품이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 상무는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지난해 출시된 맥주 신제품만 120여개 달하며 주류 시장은 '초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며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트렌드 아래 숨겨진 소비자의 요구를 발견해 '반 발자국' 앞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앞서 국내에 처음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 맥주 '테라', 소주 '진로이즈백' 등 수많은 제품의 성공적인 론칭에 앞장섰다. 소주는 '초록색병', 맥주는 '갈색병'이란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함께한 '스푸너', 테라 '소맥타워' 등 참신한 굿즈도 선보였다.


오 상무는 "켈리는 출시 36일 만에 100만 상자를 판매하며 테라가 세운 국내 맥주 브랜드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다시 썼다"며 "출시 99일 만에 1억병 돌파, 출시 후 A 대형마트에서 7월 기준 시장점유율이 55%까지 오르며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켈리'는 킵 내추럴리(keep naturally)를 줄인 말로 ‘인위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자연주의적인 원료, 공법, 맛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덴마크산 맥아를 100% 사용, 두 번 숙성한 것이 특징이다. 제품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이 테라가 '청정 리얼 탄산'이라면 켈리는 '라거의 반전'이다.

오 상무는 "테라 출시 당시에 '청정'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어 엄선 끝에 '호주산 맥아'를 사용했고, '라거의 반전'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라거에 강력한 맛을 한 병에 담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19년 테라 출시에 이어 4년 만에 켈리를 선보일 때 카니발리제이션(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주에서 '참이슬과 진로' 투 트랙 전략이 성공한 것처럼 맥주에서 '테라와 켈리' 역시 시너지를 보이고 있다.

오 상무는 "수치상으로 켈리 출시 후 테라는 4, 경쟁 브랜드는 6의 시장잠식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맥주 시장 전체 점유율은 상승했고, 다양한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맥주병 목에 회오리 형태를 도입한 테라와 켈리의 병 디자인은 흡사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두 병의 색과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수백회에 달하는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과거 치킨 업계 후발주자였던 BHC가 '전지현씨 BHC'라는 카피 흥행으로 1위로 올라선 것처럼 제품 이미지와 배우의 이미지 역시 중요하다.

오 상무는 "'라거의 반전'이라는 별명처럼 당시 손석구 배우는 '범죄도시'에서의 강렬한 이미지와 '나의 해방일지'에서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제격이었다"며 "출시 1년 전부터 섭외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광고 모델에 앞서 '제품 자체가 마케팅'이라는 큰 철학은 가지고 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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