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BDC 본격 드라이브, 한은-금융당국 미래통화 인프라 만든다
2023.10.04 13:30
수정 : 2023.10.04 13: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한국판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인프라 구축이 본 궤도에 오른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BIS(국제결제은행)와 손잡고 금융회사 간 자금거래와 결제에 활용되는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테스트를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은행이 CBDC 인프라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돈을 주고받고, 시민들은 CBDC 담보 전자화폐를 사용할 길이 열린다.
이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공동 발표했다. 기관용(wholesale) CBDC 인프라 구축의 청사진이 나온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 예금, 즉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은행들 간 청산·결제를 한다. 이것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게 기관용 CBDC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거래 정보를 검증한 후 공동으로 분산·관리하는 분산원장 기술이 여기에 활용된다. 한은망을 통한 은행간 지급결제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진화한 버전이다.
이렇게 CBDC 인프라를 구축하고 참여하는 은행들간 네트워크가 생기면 '예금 토큰'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지급수단도 가능해진다. 예금 토큰은 은행 예금의 디지털 버전이다. 소비자의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CBDC를 담보로 해서 은행이 발행하는 것인데, 수시입출식 예금을 디지털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보험금 지급, 환급 등 조건이 복잡한 여행자보험의 경우 예금 토큰을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금 토큰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급결제 조건이 복잡한 계약에 활용해 소비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재난지원금과 같이 용처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예금 토큰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CBDC 도입이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일단 현행법 안에서 일단 실험이 진행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금 토큰의 제도적 근거를 만들고 이용자 보호 조치도 강구할 예정이다. 올해 실험 범위를 설정하고 내년 4·4분기 일반인이 참여하는 예금 토큰 활용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제 미래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함께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한은은 미리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그 가운데 CBDC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금융위, 금감원과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하게 됐다. 또 다수의 은행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다만 CBDC 본격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설계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라며 "CBDC의 도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CBDC 네트워크 또한 최종 확정된 설계모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